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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학점 보류’”

신장섭 교수, “명분 없는 소득주도 정책, 생산과 분배 고민해야”

장하준 교수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학점 보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산업일보]
‘혁신’을 위해선 중장기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며, 사업의 다각화도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을 통해 제기됐다.

지난 10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과 혁신 생태계’를 주제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의 특별 대담이 열렸다.

대담에 앞서 장하준 교수는 “반도체 수출 1위 국가이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는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외환위기 전 14~16% 수준에서 7~8%로 반 토막이 났다”고 경제동력이 돼야 할 설비투자 시장의 축소를 우려했다.

또한 상장 대기업 경영에서 단기주주에 휘청하지 않을 장치로 “주식을 오래 갖고 있을수록 투표권을 많이 주는 가중의결권을 주거나 자본이득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제도를 도입해 장기주식 소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신장섭 교수는 혁신을 위한 필요 요소를 ‘전략적 통제, 금융적 투입, 조직적 통합’으로 나열하며, “전략적으로 혁신의 방향을 정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R&D투자 및 조직 형성 등을 지속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하준 교수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학점 보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신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정부가 외쳐온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해 “분배가 해결되면 생산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포용적 성장 개념 혹은 지속적 번영 개념을 통해 성장과 분배라는 상반된 두 이슈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간 펼쳐온 기업 및 산업 정책의 점수를 묻는 질문에 장 교수는 “학점 보류”를, 신 교수는 “산업 정책은 아직 수강신청도 안한 것 같고, 기업정책은 학점 주기가 힘들 것 같다”며 다소 냉정하게 평가했다.

신 교수는 “기업정책은 생산과 분배를 함께 잘 만들어가야 하는데, 생산은 북돋기 보다는 오히려 어려워진 것 같고, 분배는 1년 간 굉장히 공들이며 평등을 추구했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유연하게 사고해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장 교수는 대기업 가족 경영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시스템이라고 한 것에 반해 신 교수는 가족경영의 장점이 많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장 교수는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가족경영보다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이나 단기주주들에게 국내기업이 넘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 교수는 “가족경영의 잘못된 점과 전문경영의 잘된 부분을 극단적으로 비교하지 말고, 두 경영이 공존하며 한국 경제를 일으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2세, 3세의 문제점도 많지만 혁신을 기반으로 한 기업 운영에서 10~20년 이상 미래를 보는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며 “공정한 가족경영의 매출과 이익증가율이 더 높다는 연구사례도 많다”고 융합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장하준 교수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학점 보류’”
(좌측부터) 전경련 배상근 전무, 장하준 교수, 신장섭 교수


가족경영과 더불어 국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비판에 대해 두 석학은 “사업다각화는 혁신의 핵심이고, 이것이 없이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하준 교수는 “주력 업종에만 집중했다면 삼성의 반도체, 현대의 자동차, LG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취약한 산업을 성장시키고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각화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섭 교수는 “금융계에서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철칙으로 여기면서 왜 기업에게만 주력 사업을 강조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책 담당자들도 한쪽 이야기만 듣고 다각화를 무조건적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안될 것 같은 비주류 산업에 더 많이 투자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과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 교수는 글로벌 기업 중 향후 10년간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룰 기업으로 일본 최대 IT 기업 소프트뱅크그룹을 꼽았다.

신 교수는 “소프트뱅크야말로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 엄청난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구글의 로봇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을 정도로 실용에 가까운 로봇을 제작하고 있으며 120조에 육박하는 비전펀드를 통해 전세계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을 사들이며 가장 혁신적으로 융합을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이나 영국의 대기업이 이윤의 85~100%를 주주 환원 및 자사주 매입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장 교수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은 자기 재산 팔아서 본인 월급 올려놓고 가치가 올라갔다고 자랑하는 격”이라며 “잘 나가던 미국이 최근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를 올리겠다는 소리가 왜 나오겠나. 버는 대로 다 쓰다가 골병이 든 탓”이라고 주주 환원주의 사조를 강력히 비판했다.

신 교수 역시 “자사주 매입은 정부가 막아야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구조”라며 “미국 기업들이 쇠퇴하게 된 원인인 ‘주주 자본주의’ 전철을 더 이상 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정 기자 mjcho@kidd.co.kr

산업부 조미정 기자입니다. 4차 산업혁명 및 블록체인, 산업전시회 등의 분야에 대해서 독자여러분과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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