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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전동기 효율 3% 높이면, 원전 108기 안 지어도 된다

한국전기연구원 강도현 책임연구원, "가치 환산하면 연간 34조 절감"

전 세계 전동기 효율 3% 높이면, 원전 108기 안 지어도 된다
강도현 책임연구원

[산업일보]
산업용 전동기는 전 세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력기기로 글로벌 전력소비의 약 4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전력 부족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는 기존의 에너지 공급 위주 정책에서 수요관리·절약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기제품에 활용되는 전동기는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분야로, 효율을 조금만 높여줘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7년 국내 전력소비량 중 전동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4%(30.8조 원, 275TWh)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 전력산업체 기술협의체인 ‘국제대전력망회의(시그레·CIGRE)’에서 회전형 발전기 및 전동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워킹그룹(working group) ‘A1.47’이 전 세계 고효율 전동기 개발 관련 특별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전기전문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전동력연구센터 강도현 책임연구원이 워킹그룹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발간을 주도한 것으로, 한국인 연구자가 시그레(CIGRE)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전력소비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전동기 연구개발 방향성 정립으로 전 세계 개발자를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전동기 효율 3% 높이면, 원전 108기 안 지어도 된다
국내 전력 소비량 (57조원/발전설비 107.8GW/전력소비 509TWh 2017년 기준)

강도현 책임연구원은 고효율 전동기 관련 특별보고서 작성을 2014년 11월 시그레(CIGRE)에 제안해 승인받고, 이후 9개국 20명의 글로벌 전력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 ‘A1.47’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들과 함께 전동기 효율을 슈퍼 프리미엄급(IE4)과 울트라 프리미엄급(IE5)으로 개선하기 위해 기술적 구현이 가능한 설계·재료·생산기술을 조사했고, 대량생산과 의무사용화 시점 및 발전설비 저감량을 제시하는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동기 효율을 3%만 높여도 108기가와트(GW)의 발전설비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1GW급 원전 108기를 짓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가치로 환산하면 378테라와트시(TWh)의 전력소비를 절감해 약 302억 달러(34조원)를 절감할 수 있는 수치다. 세계 각국이 전동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효율 전동기 퇴출 정책 시행과 함께 효율이 더 높은 전동기를 의무 사용하게 하고 있으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국제 효율 표준에 따라 전동기 등급을 일반 전동기(IE1)-고효율 전동기(IE2)-프리미엄급 전동기(IE3)-슈퍼 프리미엄급 전동기(IE4)-울트라 프리미엄급 전동기(IE5)로 구분한다.

IE4와 IE5는 2014년 새롭게 발표된 표준으로, 전동기 효율을 높여 전 세계 발전설비를 절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IEC의 의지가 담겼다. 한국은 고효율 정책에 따라 2018년부터 소용량 전동기까지 확대해 IE3급 제품만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향후 IE4, IE5에는 새로운 형태의 영구자석 혹은 릴럭턴스 전동기(Reluctance Motor)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강도현 책임연구원은 “울트라 프리미엄급의 초고효율(IE5) 전동기는 20년 후 국내에서 의무 사용이 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이 전동기 산업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 역할을 해야 한다. IE5 전동기 사용 시기를 10년 정도 단축할 수 있는 생산성을 확보할 경우 세계시장 10%를 점유할 수 있으며, 이는 약 20조 원의 시장규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전동기 시장은 독일 등이 주도하고 있지만, 초고효율 전동기로 바뀌면 어떤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시장의 주인에 한국 기업이 올라설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시그레(CIGRE)는 전 세계 92개국의 전력회사, 전력기기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래 전력분야 기술에 대한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하고 기술을 교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산업체 중심 기술 협의체다. 1921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립했다.
김예리 기자 sky@kidd.co.kr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을 신속 정확하게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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