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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2019 新 트렌드] 고객 갑질 STOP! ‘워커밸’ ①

근로자-소비자 균형 중요, “블랙 컨슈머 퇴치해 감정노동자 보호하자”

[산업일보]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만연한 ‘고객 갑질’에 허덕이고 있다. 악덕 진상 소비자, 이른바 ‘블랙 컨슈머’의 극성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그저 두 눈을 감고 입꼬리를 올릴 뿐이다.

2018년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사회를 들썩인 한해였다면, 2019년에는 ‘고객 갑질’이 만연한 사회에서 근로자와 소비자 사이의 평등한 관계,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이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하며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 기저귀 처리, 반말 주문, 가족 모욕까지…‘을’은 ‘갑’의 감정 쓰레기통?
[2019 新 트렌드] 고객 갑질 STOP! ‘워커밸’ ①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이 고객의 주문을 미소와 함께 응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울산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고객이 한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욕설과 함께 음식을 던지는 영상이 공개돼 큰 논란이 일었다. 이 사람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회사 스트레스가 많아서 감정이 폭발했다”라고 진술했다.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생이 고객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이다.

뒤이어 연신내의 또 다른 맥도날드 매장과 분당 롯데백화점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객 갑질’이 발생했다. 지나친 언행과 폭력을 동반하는 고객 갑질 사건이 하나둘 표면 위로 떠오르며 근로자 인권 보호의 시발점으로 ‘워커밸’이 부상하고 있다.

알바몬이 95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중 고객의 비 매너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항목에 90.2%의 압도적인 응답률이 나왔다. 비 매너 행동 중에는 ‘‘어이, 야!’ 등 반말하는 고객을 대할 때’가 51.1%로 1위에 올랐다.

울산광역시 중구 한 카페에서 파트타이머 경험이 있는 L양은 “커피 맛이 이상하다고 화를 내며 몇 번이나 바꿔 달라고 하던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나를 비롯해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음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게에 폐를 끼치기 싫어 웃으며 고객의 요구대로 다 받아줘야 했다. 혹시나 내 잘못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온종일 우울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C 카레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 H양은 “어떤 아주머니가 음식을 서빙 중이던 나를 부르더니 아기 기저귀를 치워달라고 한 적이 있다”라며 “별 수 없이 기저귀를 받아들고 턱이 아플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물며 웃고 있는 나 자신이 불쌍했다. 아무리 서비스업이라도 손님들이 기본적인 예의는 갖춰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때 점주의 태도도 중요하다”라며 “고객 갑질을 당한 후 직접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점주가 아르바이트생들의 편에 서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드는 반면, ‘돈 받으며 일하는 건데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를 보이면 ‘나는 돈 받고 일하는 기계에 불과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박탈감이 더 커진다”라고 덧붙였다.

● 점주들 “‘워커밸’ 대한민국, 다 함께 만들어나가자!”
[2019 新 트렌드] 고객 갑질 STOP! ‘워커밸’ ①

소비자들의 지나친 갑질에 점주들도 반기를 들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히거나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받습니다’ 등 재치있는 문구를 가게에 배치해 소비자의 갑질 근절에 앞장서기 시작한 것이다.

[2019 新 트렌드] 고객 갑질 STOP! ‘워커밸’ ①
서울시 강남구의 한 도시락 가게 대문에 게재된 '공정서비스 권리안내문

실제로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도시락 전문 업체 S의 출입문 앞에는 무례한 고객을 거절한다는 내용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이 붙어있다. ‘우리 직원이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블랙 컨슈머로부터 자사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이 보였다.

매장을 방문한 한 소비자는 “당연히 맞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잊는 사람들이 많아 보여 안타깝다”라며 “사실 저런 생각을 하더라도 서비스업체의 입장에선 고객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장님의 용기가 대단하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비자는 ‘워커밸’에 관한 물음에 대해 “미국을 여행하며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바로 ‘고객이 왕이다’라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만 유독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진상 고객에 대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일이 당연시 여겨졌다. 우리나라도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워커밸’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수린 기자 sr.choi@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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