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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탱크·인공위성’ 만들 수 있다던 청계천 공구거리, 역사 뒤안 길로 사라지나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제조산업문화특구’ 지정 요구

[산업일보]
70년간 명맥을 이어온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제조업체 및 공구 상가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한 때 수도권 제조업을 이끌었던 이 지역을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이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세울 계획이다.

이미 세운 3-1·4·5 구역은 철거가 마무리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00여개의 업체들이 자리를 떠났다.

‘탱크·인공위성’ 만들 수 있다던 청계천 공구거리, 역사 뒤안 길로 사라지나

청계천을지로 일대에서 밀링가공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61)는 “이곳에는 소규모 업체가 많다보니, 대부분의 업무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한 때 청계천에서는 못 만드는 게 없었다. 탱크와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기술력을 갖춘 장인들이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일대의 산업구조를 신체기관에 비유했다. 사람의 몸처럼 각 업체마다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했다.

A씨는 “3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이 문들 닫으며, 협업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는 매출로 직결돼 불과 2~3년 전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시집, 장가보내야 할 자식들이 3명이나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탱크·인공위성’ 만들 수 있다던 청계천 공구거리, 역사 뒤안 길로 사라지나
지난해 11월 열린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반대 총궐기대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관계자는 무분별한 재개발이 상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용산참사 이후 상가 임차인에 대한 영업 보상이 3개월에서 4개월로 늘긴 했지만, 이전을 해 새로운 터전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문래, 구로, 종로 등에 어렵게 자리를 구한 상인들도 적응에 실패해 사업 초기에 폐업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쫓겨난 상인들 대부분이 50~60대라 업종을 바꾸거나, 이직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상인 측의 입장이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서울시와 중구 측에 ▲토지수용, 이주종용 등 재개발 추진 행위 중단 ▲현장 상인들과의 만남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안마련 ▲세운재정비촉진사업 추진의 적법성 및 적정성 감사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제조산업문화특구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용 공구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B씨(63)는 “청계천을지로 일대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이 소상공이지만 한 분야에 일생을 바친 장인들도 많다”며 “시는 이곳을 허물기 보다는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 우수 인력을 활용한 인재 육성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老鋪) 보존에 대한 요구를 수용해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서울시가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기한이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시간에도 시행사는 서울시 인허가 절차를 제외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상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시와 상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는 가닥이 잡힌 상태고 대책을 구체화하는 작업만이 남았다. 올해 안으로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상식 기자 scs9192@kidd.co.kr

반갑습니다. 신상식 기자입니다. 정부정책과 화학, 기계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보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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