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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이야기] 지능을 가진 기계, 현대식 컴퓨터의 시작…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의 탄생, 인공지능 개념 제시…비운의 천재 앨런 튜링

[산업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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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이야기] 지능을 가진 기계, 현대식 컴퓨터의 시작…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014, 모튼 틸덤 감독)은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이야기를 엮은 ‘팩션(Faction)’이다.

영화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이하 튜링)이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를 비롯한 여러 동료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하기 위해 블리츨리 파크에 모여 기계 ‘크리스토퍼’를 만드는 고군분투의 과정과, 한 천재의 가려진 성과, 행복하지 못했던 삶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튜링이 에니그마를 해독한 기계를 개발한 것, 학창 시절 크리스토퍼 모컴과 친구였던 것, 조안과의 약혼과 파혼, 동성애자였고 이로 인해 화학적 거세를 당한 뒤 불운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큰 틀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그밖에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나 디테일한 설정들은 상상이 더해진 이야기다.

실존 인물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튜링의 삶과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통해 ‘지능을 가진 기계’의 시작인 컴퓨터의 역사와 인공지능의 개념을 짚어본다.


◆ 디지털 컴퓨터의 시초, ‘봄브(봄베)’와 ‘콜로서스’

‘계산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Computare’에서 따온 ‘컴퓨터(Computer)’의 기기적 근원은 ‘계산기’다. (더 올라가면 손과 머리로 계산 작업을 한 인간이 시초겠지만, 기계의 범주에서만 바라보기로 한다.) 톱니바퀴로 덧셈, 뺄셈을 하던 계산기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암호해독기라는 변화를 거쳐 지금의 데이터 처리 기계인 컴퓨터로 진화했다.

계산기까지 컴퓨터의 범주로 볼 때, 컴퓨터는 ‘기계식’과 ‘전자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현대적 개념의 ‘전자식 컴퓨터’를 실현한 대표적인 인물이 앨런 튜링이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지능을 가진 기계, 현대식 컴퓨터의 시작…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튜링이 완성한 에니그마의 암호를 해독한 기계 ‘크리스토퍼’는 실제 역사의 암호해독기 ‘봄브(Bombe)’가 모티프다. 튜링이 1939년에 개발을 완성한 ‘봄브’는 독일군이 에니그마에서 더 발전시킨 로렌츠 암호를 해독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終戰)을 2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 암호해독기이자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인 ‘콜로서스(Colossus)’의 모태다.

튜링의 주도로 1943년에 완성된 콜로서스는 정보 처리를 위한 알고리즘인 ‘프로그램(Program)’의 설정과 수정이 가능했다. 또한 앞서 완성된 여러 개의 고성능 계산기인 ‘기계식’ 컴퓨터가 릴레이(relay, 계전기, 전기 신호에 따라 회로의 작동을 제어하는 일종의 스위치)로 작동하던 것과 달리, 각종 신호처리 기술이 가능한 ‘진공관’을 사용해 ‘최초의 현대적 개념의 컴퓨터’로 여겨지고 있다.

종전(終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콜로서스가 뒤늦게 알려진 이유는 영국 정부가 당시 기밀이었던 콜로서스의 본체와 설계도를 전쟁이 끝난 뒤 모두 파기했고, 연구원들에게도 비밀 유지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침묵으로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라는 타이틀을 1946년에 완성된 미국의 ‘에니악(ENIAC)’에 내줬던 콜로서스는 튜링이 사망한 지 21년이 지난 1975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며 조명을 받게 됐다.


◆ ‘튜링 기계’ ‘튜링 테스트’,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 개념의 제시

영화의 제목인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은 일명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테스트를 말한다.

튜링은 ‘봄브’가 완성되기 훨씬 전인 1936년 이미 ‘결정 문제에 대한 적용과 관련한 계산 가능한 수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전자식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튜링 기계(Turing Machine)’를 구상했다. (튜링에 앞서 ‘차분기관’ ‘해석기관’ 등 컴퓨터의 기초를 제시한 찰스 배비지 등 수학자들도 있었으나, 이들은 실제로 기기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지능을 가진 기계, 현대식 컴퓨터의 시작…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사진=네이버 영화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어 전쟁을 끝낸 이후, 튜링은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고찰 끝에 그는 1950년에 발표한 논문 ‘컴퓨팅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을 통해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인공지능 테스트인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했다.

튜링 테스트는 거실에 있는 질문자가 종이에 적힌 질문들을 사용해 서로 다른 방에 있는 남녀 중 누가 여성인지를 맞추는 이미테이션 게임을 응용한 것으로, 게임의 남녀 대신 컴퓨터와 사람이 질문자와 대화를 나눈다. 질문자가 컴퓨터의 반응과 인간의 반응을 구별할 수 없다면 기계도 지능을 갖추었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 튜링의 주장이다.

튜링은 당시에는 인공지능이 불가능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면 작업 처리 속도와 저장 능력이 개선돼, 스스로 배우고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컴퓨터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하며 인공지능의 기초적인 개념을 세웠다.

전자식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기초적 개념을 제시하며 컴퓨터 공학에 이바지한 튜링을 기리기 위해 미국계산기학회(ACM)에서는 1966년부터 컴퓨터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Turing Award)’을 수여하고 있다.

한편, 20여 년 전부터 재조명 받기 시작한 튜링은 2012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고, 2019년 7월에는 영국의 50파운드 지폐 초상 인물로 선정되며 동성애 처벌로 삶을 마감하며 손상당했던 공적을 복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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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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