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자동차의 동력원이 변화해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전기차 배터리의 역외 의존도 감소 및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자체 생산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 결정은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유럽 등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지역화 현상 심화’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2030년까지 무공해 차량을 3천만 대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유럽의 전기차 보급은 2020년 세계 EV 판매에서 44%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한 배터리의 90%를 유럽 내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7년 배터리의 생산부터 유통, 재활용까지 전 밸류체인의 유럽 내 구축을 목적으로 EU 배터리 연합(EBA)이 만들어졌다. 유럽에서 2030년까지 500GWh 규모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며, 25개의 배터리 프로젝트가 계획 및 건설 중이다.

테슬라는 올해 중순 가동 예정인 기가팩토리 베를린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100GWh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과 CATL 등 여러 중국 기업들도 유럽 내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 영국 브리티시볼트, 프랑스 Verkor와 Saft, 노르웨이 Freyr, 슬로바키아 InoBat, 이탈리아 Italvolt, 폭스바겐 등 역내 유럽업체 간 배터리 생산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가장 강력하게 전동화를 추진하는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40GWh급 기가팩토리 6곳을 구축해 연간 24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지원금은 61억 유로(약 8조900억 원)에 이르며, 관련 투자 규모는 1년 사이 10배가 증가했다. S&P는 세계 배터리 생산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에서 2025년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 보고서는 ‘유럽은 중국이나 미국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다. 주요 자동차 OEM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및 유럽 신생기업의 생산 확대 등은 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리스크 요인을 짚으며, ‘배터리 성능 및 가격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기술격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2024년부터 자동차 환경규제에 배터리 제조과정에서의 CO₂ 발생량을 평가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가 2024년 도입될 가능성에 따라 ‘CO₂ 발생량이 제품 경쟁력의 중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생산 측면에서 유럽 현지 생산업체와 협력 및 로컬 소싱을 확대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