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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따로 세제 따로, 기업에 맞는 조세제도 개선 필요

조세지원제도는 ‘그림의 떡’... 최신 기술 반영 늦어

[산업일보]
#1. 반도체부품 제조기업인 A사는 “연산과 저장기능을 갖춰 AI 핵심기술로 각광받는 지능형반도체 PIM(Processing In Memory)을 개발 중이지만, 정부에서 지정한 신성장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R&D 공제를 받고 있다”며 “좋은 제도라도 활용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2. 보안솔루션 제조기업 B사는 “우리는 신성장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휴먼바이오 기반 보안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동일한 인력이 신성장 R&D와 일반 R&D를 병행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에도 신성장 R&D가 아닌 일반 R&D로만 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호소했다.

국내 조세제도 중 기업현장과 괴리되어 주요국에 비해 활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영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36개 기업(대기업 110개 사, 중소기업 226개 사)을 대상으로 ‘기업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기업현장과 괴리된 10대 조세제도’를 소개했다.

현실 따로 세제 따로, 기업에 맞는 조세제도 개선 필요

기업들은 우선 조세제도가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81.3%가 신성장 기술이 시행령에 즉시 반영되지 않아 세제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를들어,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나 그린수소와 같은 수소신기술은 아직 신성장 기술에 반영되지 않았다. 차세대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신성장 기술로 세액공제 대상이나, 차세대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최신 기술인 지능형반도체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신기술이 오히려 세제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해외는 공제대상이 되는 신기술을 한국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R&D활동에 대한 세제지원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실례로 중국의 경우 ‘고도신기술산업’에 대한 R&D 우대지원 대상을 2015년 가능한 것만 나열하는 ‘Positive 방식’에서 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그 외에는 모두 가능한 ‘Negative 방식’으로 변경했다. 담배업, 부동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기술이 모두 고도신기술로 인정된다.

일부의 편법을 막기 위한 칸막이식 조세지원이 제도활용을 가로막는 Roadblock(장애물)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신성장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신성장 R&D 전담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동일 인력이 신성장 R&D와 일반 R&D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기업이 70.5%에 달했다.

반면, 미국·캐나다 등의 경우 신성장 R&D ‘전담인력’과 같은 요건을 두지 않고 실제 R&D 활동 여부를 검증해 해당 인력이 투입된 시간에 따라 연구개발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작년 일반 R&D 조세지원을 신청한 기업은 약 34,000개 사로 신청비율이 99.4%에 달한 반면 신성장 R&D 조세지원은 197개 사, 0.6%로 매우 저조했다”며 “신성장 투자를 늘리자는 제도취지에 맞게 하루빨리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응답기업들은 활용하기 어려운 조세지원제도의 또 다른 예로 ▲ 경력단절여성 채용시 동일업종 경력자인 경우만 공제(72.3%) ▲ 신산업 인프라 구축 등 전국적 투자가 필요한 경우도 수도권 설비투자는 지원 제외(65.5%) ▲ 연구소 보유한 기업에만 R&D 공제해줘 연구소가 불필요한 서비스업 등에 불리(61.6%) 등을 함께 꼽았다.

#3.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C사는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허 등 독점기술을 가진 계열사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으로는 효율성 증대효과를 인정받는 반면 과세당국에서는 일감몰아주기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해서 혼란스럽다”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기술력이 낮은 부품을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증여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4. 3년 전 아버지로부터 의류 도매기업을 물려받으면서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한 D씨는 그 동안 축적된 소비자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라인 기반 의류 소매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표준산업분류 상 중분류 밖으로 업종 변경시 공제받았던 상속세를 다시 추징당하기 때문에 D씨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세법상 규제로 불편을 호소한 기업들도 있었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는 부의 편법적 이전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외국에서도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계열사의 관련 특허 보유 등으로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부과되는데 이는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이 72.9%에 달했다.

또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7년간 중분류 내에서 동일업종을 유지해야 하고, 가업용 자산의 80%를 유지해야 하는데, 응답기업의 64.3%는 이러한 요건들이 산업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업상속 후 업종변경을 제한하는 것 또한 한국이 유일하다.

이밖에 ▲기업인이 사회공헌 목적으로 보유주식의 일정비율 이상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경우 증여세 부과(66.1%) ▲ 배당을 임금이나 투자와 달리 사내유보와 동일시해 법인세 추가 과세(70.8%) ▲배기량 1천cc 초과시 업무용승용차로 인정되지 않아 세제상 불이익(69.9%) 등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응답이 나왔다.

응답기업들은 기업현장과 괴리되는 조세제도의 개선을 위한 과제로 ‘세법 관련 현장의견 수렴 및 소통 강화’(98.5%)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세제도 연구 및 정비’(95.2%), ‘제도는 유연하게 설계하되 탈세 등 처벌 강화’(93.8%), ‘세제지원 대상을 Positive 방식에서 Negative 방식으로 변경’(78.6%) 등이 뒤를 이었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 사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조세제도는 특히 이해당사자가 많고 복잡해 개정이 쉽지 않겠지만, 현장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기업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리 기자 yrkim@kidd.co.kr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을 신속 정확하게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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