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한국이 과학기술 선도국가(First Mover)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직된 현재 국가 R&D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다음 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 번째 ‘과학기술 중시 정책 토론회’를 1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이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First Mover로 가는 길’을 주제로 진행했다.
이날 토론의 발제를 진행한 고려대학교 안준모 교수는 지금까지 과학기술 R&D 정책이 "투입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는 선형적인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수한 R&D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 안 교수의 입장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긴 호흡으로 R&D를 이어가, 필요한 시기에 단기간에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관리적 평가에서 벗어나 유연한 한국형 R&D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감하게 R&D 예비타당성 제도를 면제하거나, 필요시마다 연구계획을 쉽게 변경 및 중단할 수 있는 모듈식 모델을 도입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안 교수는 “영원히 좋은 제도는 없다”며 “초기에 도입 목표가 확고했던 어떠한 제도라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산업화 측면에서의 선도국가 도약도 고려해야 한다는 산업계 입장도 제기됐다.
토론패널로 참석한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이사는 “산업·경제적인 관점에서 퍼스트 무버라고 할 수 있는 시점은 기술이 사업화 돼 큰 규모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을 때”라면서 단순 기술개발 관점에서 더 나아가 산업화 측면도 고민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당분간은 기술 산업화 선도 정책에 먼저 힘을 실어주고, 그 후 기술개발 측면의 퍼스트 무버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천 기술 측면에서 아직 한국이 선진국과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연구소에 집중된 정부의 R&D 자금이 기술 산업화 퍼스트 무버의 주체인 ‘기업’에게도 흘러가야 하며, 정책의 컨트롤 타워 또한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