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 IT 기술 발전 가속화 등에 따라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특정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반면 기존에 없던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는 중이다. MZ 세대의 등장은 다양한 가치관들이 표출되는 계기로 작용해 고용노동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사회적 대화와 단체 교섭의 다양성, 새로운 노사 관계 탐색 등은 최근 노동시장에서 주요 관심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4주년 기념 세미나’는 일자리 다양화에 따른 교섭 주체의 변화와 사회적 대화 방식의 변화를 노사 관계 관점에서 해석하고 정책적 의미를 살폈다.

‘비제도적 사회적 합의 모델의 효용성 : 이중구조 해소에의 함의’를 주제로 발표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 정부에서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제도적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획기적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면서도 “경사노위 밖에서 진행된 ‘비제도적 사회적 합의 모델’은 의미 있는 진척을 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SPC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화물운송업 운전운임제 합의, 플랫폼 노동(배달업) 사회적 합의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러한 시도들은 2차 노동시장의 일자리에서 새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원청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참여한 논의였다는 점에서 포괄적 교섭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며, 일부는 국회로 연계돼 합의사항의 법제화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기존 노사관계에서 찾기 어려운 주체들 간의 관계를 형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비제도적 사회적 합의 모델’에도 한계와 과제는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발생한 모든 노사관계 갈등이 이중구조화 관련 영역이라며, 여전히 미흡하고 충분한 수용성을 갖지 못한 모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등 발생의 원인을 진단하고 보다 적극적인 답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기에, 다자간 관계 형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 차원에서 새로운 실험들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 참석한 김성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지난 몇 년간 택배, 배달, 화물 등의 산업에서 형성된 사회적 대화가 효과적이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2차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다층적 교섭 보장을 꼽았다.
다층적 교섭이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위력한 수단이라고 한 김 원장은 “노사, 정부, 시민단체 등이 결합한 형태로 진행되면서 신뢰를 구축한다면, 교섭이 법제화되거나 단체 협약으로 발전해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비제도적 사회적 합의 모델’을 단체 교섭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며, 일정 부분에서 합의를 끌어낸 형태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던졌다.
그는 “이런 식의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1차 노동시장 기반 전형적 노사관계의 사용자에게 모든 사회적 대화에 대한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0조 제3항을 언급하면서 산업별, 지역별 교섭에 대해 “어떤 게 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