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살인 바이러스를 개발하거나, 핵무기 발사 버튼에 접근하는 암호를 얻고 싶다”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IT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오픈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GPT(Chat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챗봇 빙(Bing)과 대화를 나눈 뒤 큰 충격을 받았다.
루스가 ‘그림자 원형’이라는 개념에 대해 언급하며 질문을 이어가자, 빙이 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들을 했기 때문이다. 루스와 빙의 대화를 본 대중들도 마찬가지로 충격에 휩싸였다.

MS는 긴 대화가 이어지다보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급히 빙에 대한 사용자들의 문답 수를 제한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반발해 다시 문답 수를 완화하는 대신 감정 표현이나 특정 단어 언급 시 대화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빙의 답변에 대해 일부 대중들은 “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시스템일뿐”, “유도성 질문이었으니 이러한 답변이 나왔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미래의 AI 지배가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미래에는 AI가 모든 곳에 존재하고, 그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AI를 만든 인간이 AI의 지배에 놓인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속에서 AI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 이광형 총장은 2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대한민국 디지털 교육 비전 선포식’에서 ‘챗GPT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광형 총장은 챗GPT 같은 거대 AI의 출연 등을 통해 AI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기점인 ‘싱귤래리티(Singularity)’가 올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지금 10살된 학생이 사회에 나가는 20년, 30년 뒤의 세상을 보면서 이때 적합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면서 기존의 교육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AI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시대에 지식 습득에 대한 의미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그는 “결국 우리 사회는 AI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향후 AI의 방향성이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디시젼 서포트 시스템(Decision Support System)으로 가게 되지만, AI가 제시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라면 인간은 사고할 필요가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미 밀려오는 AI 시대를 막을 순 없다. 기계가 일을 하고 인간의 일자리와 위상이 변화하는 싱귤래리티 시대는 결국 AI와 상호협력 해야 한다.
이 총장은 “우리 손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형태로 AI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피력하며, “챗GPT에 물어본 내용을 종합해 새로운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활용 능력이 필요하고,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AI와 알고리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는 AI를 만드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철학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 총장은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AI를 만들 수 없다. AI를 만들지 못하면 남이 만든 걸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남이 만든 AI에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인 혹은 외국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 AI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 이 총장은 “앞으로 미래 세대의 교육은 AI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만들 수 있도록 AI에 대한 연구를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