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국가 주요 R&D(연구개발) 예산으로 21조 5천억 원을 책정했다. 올해 예산 24조 9천 500억 원 대비 3조 4천억 원 줄어든 수치로, R&D 비효율 혁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과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 브리핑을 열고 "낡은 R&D의 관행과 비효율을 걷어내고 퍼스트무브로 혁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정부 R&D 혁신 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확정안은 지난 6월 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카르텔'을 언급하며 나눠먹기·갈라먹기식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의 후속조치이다.

과기정통부는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사업, 단기현안대응을 이유로 대폭 늘어난 사업 등을 과감히 구조조정했다"라며 누수되는 R&D 예산을 철저히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R&D 사업평가에 상대평가를 전면 도입하고 하위 20% 사업은 구조조정하거나 차년도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R&D 제도혁신 방안은 ▲해외 연구기관의 정부R&D 참여 허용 등 글로벌 공동연구 제도 정비 ▲R&D 입구부터 출구(과제 기획‧선정‧집행‧평가)까지 전문성‧투명성‧신뢰성 확보 ▲순수R&D 사업의 예타요건 완화 및 출연(연) 핵심임무 별 통합 예산 도입 ▲매년 사업 재정집행 점검 등을 골자로 했다.
제도혁신의 일환으로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우리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국제공동연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가 국내외 대학·연구소·기업 등과 협력할 수 있도록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을 선발해 지원할 방침이다.

국가 주요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말이다. 나눠먹기·성과부진 R&D 사업 108개를 통·폐합해 전체 예산은 줄었지만, AI(인공지능)·우주·바이오·양자기술 등 7대 핵심분야 투자는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 예산은 5조원으로 올해(4.7조원)보다 6.3% 증가했다. 특히 첨단바이오(16.1%↑), 인공지능(4.5%↑), 사이버보안(14.5%↑), 양자(20.1%↑), 반도체(5.5%↑), 이차전지(19.7%↑), 우주(11.5%↑) 등 7대 핵심분야에 대한 투자가 대폭 증가했다.
글로벌 협력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에는 2조 8천억 원을 투입한다. 그 일환으로 보스턴 바이오협력 프로젝트 등 국내외 우수 연구그룹 간 협력 지원을 확대한다. 신진 연구자들을 위해 대학 등 연구시설‧장비를 글로벌 수준으로 고도화, 학생인건비 의무지출 비율도 상향한다.
우주‧차세대원자력 등 미래전략기술 분야에는 2조 5천억 원을 쏟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등 주력산업 분야에도 3조 1천억 원을 투입해 핵심기술 확보 및 초격차 유지를 지원한다. 특히 민간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AI반도체, 전고체배터리 등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를 강화한다. 디지털 분야에도 1조 6천억 원을 투자해 6G, 초거대AI, 사이버보안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