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하반기 이후 철강 산업은 미국 철강 수요의 소폭 회복과 중국 등 신흥국의 안정적 성장을 기반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의 지속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향후 시장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전년 대비 3.6% 증가 예상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철강 수요는 14억 2,230만 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에 머무르고, 2013년은 14억 8,570만 톤에 달해 4.5%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세계철강협회(Worldsteel)는 2011년 말 올해 철강 수요는 5.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4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이보다 하향 조정된 전망치를 발표했다. 당초 낙관적으로 예상했던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지속됨에 따라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유럽의 철강 수요는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고 중국의 철강 수요는 1~2%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 지진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Middle East & North Africa, 이하 MENA) 지역의 정치적 소요와 태국의 홍수 등은 국지적인 차원에 그쳤다는 점이다.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 등과 같은 불안정한 요인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철강 산업은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철강 수요가 소폭 증대되고 중국은 경기 부양과 권력 이양기의 투자 확대의 가능성이 있어, 철강 수요는 상반기와 비교해 완만하지만 회복세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 철강 수요 증가율은 당초 5.4%에서 3.6%로 둔화되나 하반기부터 회복되어 4.5%라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재연, 고유가 및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성장 둔화 등 잠재 리스크 요인 상존으로 예상보다 수요 회복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포스코경영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주요 연구원들의 중론이다. 실제 중국 철강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월까지 경기판단 기준선인 50 이하였다가 4월 55.7로 급등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이후 다시 50 이하로 하락했다는 점은 중국 철강시장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진국 저성장, 신흥국 견조한 성장
주요 선진국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은 경기 호전 조짐으로 철강 수요는 2012~2013년 5%대의 견조한 성장을 기록해 2013년에는 지난 2008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그러나 높은 재고 수준과 경기 불확실성 요인의 상존으로 추가 재고 확보를 위한 수요 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긴축에 따른 수요산업 부진으로 올해 철강 수요는 1.2% 감소가 불가피하고 2013년에도 3.3%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철강수요는 2008년의 85% 수준에 그쳐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참고로,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5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철강 수요 증가율을 2012년 -2.7%, 2013년 2.5%로 전망해 세계철강협회(Worldsteel) 보다 다소 낮게 예상한 바 있다.
일본은 지진 피해 복구에 따른 건설용 강재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는 2011년 -0.6%, 2012년 -2.2% 등 소폭의 감소세가 점쳐지고 있다. 특히 조선, 가전 등 철강 다소비 제조업의 부진이 예상된다.
중국은 4%의 안정적 철강 수요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2012년 하반기 중국 지도부 교체에 따른 중앙 및 지방 정부의 투자 증대 효과로 4%의 안정적인 철강 수요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다. 당초에는 ‘12.5 규획’에 따른 질적 성장 전환과 경제 둔화로 2013년에 증가세가 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과거 경험 상 중국 지도부 교체 시기에는 정부의 투자 증가가 수반됐다는 사실을 감안해 상향 조정했다.
인도,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에서는 6~7%의 견조한 성장세가 예견된다.
인도는 도시화와 사회기반투자 증가 등으로 2012년 6.9%, 2013년 9.4%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고, 또한 새로운 성장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MENA 지역도 2012년 5.7%, 2013년 8.4%의 높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둔화와 소비 위축 등으로 예상보다 신흥국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철강시장에 부는 2가지 좋은 징후
최근 대우증권 자료에 따르면, 철강 시장에는 두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철강 가격 상승과 중국의 철강재 공급 축소가 바로 그것이다.
긍정적인 면은 계절적 비수기에 미국 철강 가격 상승이 시작됐고 미국 철강업체 가동률 상승과 철강 가격의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비수기에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는 것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가동률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 역시 수요 개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철강업체의 가동률은 7월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열연 강판 가격 또한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유럽에도 영향을 주어 8월 중순부터는 북유럽 철강업체들도 열연 강판과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한편, 세계 철강 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열연 강판 가격은 생산원가 이하로 크게 하락하고 있어 중국 철강업체들의 감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08년 이후 철강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하락했던 국면을 3번(2008년 10월, 2010년 5월, 2011년 9월) 맞이한 적이 있다. 이 때 중국의 월간 철강 생산량은 고점 대비 각각 23.9%, 14.5%, 17.2% 감소했다. 중국은 세계 철강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세계 철강재 공급 과잉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국 지역의 생산량 축소는 세계 철강 시황의 단기적 지지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철강산업, 하반기 ‘후퇴’ 국면
2012년 상반기 국내 철강 산업은 생산 증감률이 감소세로 접어들었으며 재고·출하 모두 경기 후퇴 국면으로 진입했다. 철강 생산 증감율은 2011년 하반기 하락하는 추세를 지속해 올해 4~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1%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또한 건설 및 조선 등의 수요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소비량도 감소해 내수가 올해 4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8%나 감소했다.
올해 1~5월 중 철강제품의 수출은 중량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으나, 국제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금액 기준으로는 8.1% 증가하는 실적을 보였다.
2012년 하반기 내수와 수출 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수출 증가량보다는 내수 증가량의 감소 폭이 더 클 전망이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수출산업의 부진과 건설 경기의 제한적 회복 등으로 내수는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고, 세계 전체의 철강 수요는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은 내수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부문의 증가세 둔화로 생산과 수입 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철강 수요 증가세의 둔화와 일부업체의 후판 생산라인 부분 폐쇄 등의 영향으로 생산 증가율은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아질 것이다. 수입은 지난해에 이어 감소세의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국내 철강 산업은 원가 변동 요인의 동반 부상, 신시장 개척의 필요성 증대,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 여부 등이 주요 현안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 변동성 증대, 전기요금 인상, 원재료 생산 증대 등 제조원가를 변동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부상 중인데, 특히 환율이나 전기요금 등은 국내 철강 산업의 리스크 요인들이다.
한국은 철강생산 능력의 확충에 따라 2011년을 기점으로 철강재 순수출국으로 전환됐고 생산량은 더욱 증대됐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 산업은 공급과잉 상황이 직면해 있으므로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판로 확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철강 산업의 과잉 생산은 현지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국제 철강재 가격 인하,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12·5 계획을 통해 표명한 철강 산업의 구조 조정 실천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