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이 촉발한 공급망 위기, AI 기술로 대응

[산업일보]
인공지능 기술은 반도체, 플랫폼 등과 더불어 디지털 기술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영역에서의 미-중 갈등도 기술 발전과 활용, 표준과 규범 수립 등 여러 면에서 심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미·중 간 인공지능 기술경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이 기술 패권 경쟁에 중심으로 부상한 원인과 현황을 분석, 기술 경쟁에 더해 인공지능 관련 인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모두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2025’ 전략을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차세대 기술 육성을 본격화했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으로 중국을 견제해 오고 있다.

두 나라의 인공지능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미국은 2020년 1월 AI 애플리케이션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 중국은 2020년 3월 Zero to One 기초 연구 사업 강화 방안 발표, 180개 대학에 인공지능 전공을 개설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60년대 달 탐사는 미국과 소련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경쟁이었다면 인공지능 분야는 두 번째 달 탐사 경쟁으로 비춰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강민 디지털전환연구팀 선임연구원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프로그램을 위주로 이뤄졌던 과거 미-소간 기술경쟁과 달리 인공지능 기술 경쟁은 실제 기업간 경쟁에도 영향으로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기술경쟁 중심에 떠오른 원인으로는 노동생산성 감소로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아졌다는 점, 공급망 가치사슬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혔다.

현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병목 현상의 원인 분석,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수 있게 됐고, 실행 최적화, 실시간 공급만 모니터링 등 공급망 복원력 향상에 인공지능이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박강민 연구원은 “자연재해를 예측해 미리 대응한다던지, 국가별로 다른 프로레스를 인공지능 도입으로 간편하게 해결하는 등 여러 사례들이 있다”며 “인공지능이 벨류체인을 원활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중 무역경쟁이 인공지능 기술경쟁과 함께 채용도 늘었다”고 꼽았다. 실제로, EMSI 버닝글래스의 4만 개의 게시판과 사이트에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억 개의 구인공고 중 인공지능 관련 공고를 분석한 결과, 총 구인 공고 수의 증감과 관계없이 인공지능 인력 관련 공고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모습은 2018년 하반기 이후부터 두드러졌다. 하이테크 산업과 비하이테크 산업으로 나눠 살펴보면, 하이테크 산업군에서 2017년 하반기부터 인공지능 관련 인력 구인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가장 꾸준하고 두드러지게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고용하려는 경향을 확인됐다.



또,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에서 하위 10% 기업군이 더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세영향을 더 많이 받는 기업은 다른 영향을 통제하고서라도 인공지능 전문가를 더 많이 채용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관세 인상 정책 이후로, 차이가 더 극명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으로써는 성장률이 부진했던 기업들이 시장에서의 돌파 전략으로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더 적극적으로 고용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앞으로 해당 부분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볼 예정”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