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차량을 구현하려 인지센서를 비롯한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증’이다. 자율주행 관련 규제는 일반 안전법규와 달리 요구사항이 모호하고, 지역‧국가별 기준도 다르다.
이에 개발 기업 스스로 안전 목표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홍순성 현대자동차 법규인증팀 책임은 18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5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안전법규는 기존 안전법규와 무엇이 다를까. 우선 ‘목표’는 같다.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확인하는 거다. 하지만 운전자가 ‘인간’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생산 이후부터 안전성을 운전자가 책임진다. 법규적으로도 생산 단계에서 ‘차량을 어떻게 안전하게 만드는지’에만 초점을 둔다. 자율주행 안전법규는 인간 운전자가 수행하던 역할을 넘어서까지 안전성을 요구한다. 운행, 비상 대응, 소프트웨어 보안까지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
문제는 자율주행 안전법규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홍순성 책임은 “자율주행은 센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기술을 포괄하고, 발전 단계인 기술도 많다”면서 “하나의 기술로 고정하기 어려우니 기술 중립적 법규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기존 법규보다 불명확하고 불친절한 법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기존 ‘제동’ 법규는 100km 속도에서 정상 상태일 때 70m 이내의 제동 거리를 요구한다. 기업은 명확한 요구 조건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마진을 남기면 된다. 반면 자율주행 법규는 요구사항이 모호하고 지역별, 국가별 기준도 다르다.
홍순성 책임은 “법규가 친절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서 “개발사 스스로 안전 목표를 수립하고 기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성 입증을 위한 근거자료를 문서화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인증기관이나 정부를 설득하려면 ‘논리적 근거 자료’가 필수라는 의미다.
그는 “정부와 인증기관은 제조사가 설정한 안전 목표가 충분히 합리적인지 입증을 요구한다”면서 “안정성을 입증할 근거 자료들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