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편의의 산물이자 최악의 환경 짐이 된 플라스틱을, 그 자체의 성질을 이용해 해결한다는 역발상. 청정 제주가 세계적인 플라스틱 난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실증 무대가 되겠다는 담대한 비전을 선포했다.
사단법인 제주ESG경영협회는 지난 19일 제주 한라아트홀에서 ‘문제의 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다’를 주제로 ESG 환경포럼을 열고, 기존 석유화학 플라스틱에 스스로 분해 능력을 부여하는 효소 기반 신기술을 공개하며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옹싱혹 (주)BADP코리아 연구소장이 공개한 ‘BADP(Bio Accelerated Degradable Plastic)’ 기술이 핵심적으로 다뤄졌다. 이는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 미생물 분해효소 첨가제를 투입,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마저 자연에서 분해되도록 만드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박광석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기조연설에서 “플라스틱 오염은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시급한 과제”라며 신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2부 토론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김인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기술, 생산, 소비, 정책을 아우르는 생태계 관리를 위해 정부 주도의 민관 TF팀 구성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기존 생분해 산업에 대한 중복 규제 완화와 함께, BADP와 같은 혁신 기술에 맞는 새로운 국가 및 국제 표준·인증 마련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포럼과 연계된 ‘그린로하스 엑스포’ 현장을 찾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라정임 제주ESG경영협회 이사장은 “제주의 고민을 세계의 해법으로 확산시켜 플라스틱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이라며 “문제 속에서 해답을 찾는 실천의 길을 제주가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협회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제주가 단순한 청정 섬을 넘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 플랫폼 ▲신기술 실증과 제도화의 거점 ▲민간 주도 혁신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