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디지털전환(DX)과 인공지능(AI), 자율화 등 첨단 기술은 일상과 산업 현장을 혁신하며 ‘스마트(지능형) 사회’로 이끌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예지보전·자율제조로 생산 중단을 최소화하고, 로봇 기술로 제조 공정의 무인화가 이뤄지고 있다. 물류·유통업에서는 자율배송 로봇과 AI 배차 시스템으로 효율성이 향상되고 있으며, 금융·리테일·헬스케어와 같이 B2C 비중이 높은 산업군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회 기반시설에도 DX 기술이 적용돼 신호등 운영·열차간격 제어·항공교통 관제 등의 자동화 솔루션이 실현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실증도 주요 도시에서 진행 중이다.
디지털 기술은 이렇게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도입 영역이 확장되며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 사회는 단 한 번의 사이버 공격으로 전체의 기능이 멈춰버리는 도미노식 붕괴의 위험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NETFLIX) 드라마 ‘제로데이(Zero Day)’는 치명적인 사이버 테러로 미국 전역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그린다. 보안 산업에서 ‘제로데이’는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날로, 패치가 제작·배포되기 전 방어책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드라마에서 미국의 기반 시설을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을 받아 1분간 모든 시스템이 멈췄다가 복구된다. 그러나 그 1분이 미친 여파는 상당했다.
전력망 가동 시스템이 중단되며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했고, 병원의 경우 비상전력까지 상실하며 산소호흡기에 유지하던 여러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교통 통제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발생한 신호등의 오류로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서로 충돌했고, 관제 센터와 통신이 끊긴 항공기들은 계기 비행을 하면서 사고의 위협에 노출됐다. 제대로 된 신호를 받지 못한 기차 중에는 탈선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운행 중이던 지하철은 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통신 인프라 역시 장애를 일으킨 탓에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며, 정부의 재난문자 시스템도 차단당했다. 이렇게 수십 개 시스템의 파악되지 않은 취약점을 이용해 벌어진 해킹, ‘제로데이 공격’은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참사로 이어졌다.
이러한 이야기는 드라마 속 설정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1일 중국에서는 도시에서 운영 중이던 자율주행 택시 100여 대가 도로 위에서 급작스레 동작을 멈추는 사고가 벌어졌다.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일부 차량은 고가도로 위에서 멈춰서 후속 차량들의 통행을 방해했고, 추돌사고도 있었다.
이용자들은 비상 호출 버튼을 눌러도 운영사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고속도로 위에서 멈춰 선 차량의 승객은 위험한 도로 상황 탓에 경찰이 구조할 때까지 갇혀있어야만 했다. 이 사건의 원인은 시스템 장애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취약점을 노린 해커의 공격이었다면 차량은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흉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DX 기술 도입의 속도만큼이나 안전성이 강조돼야 할 시점이다. AI를 필두로 디지털 기술이 물리적인 실체에 적용되는 ‘피지컬 AI’가 구현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 공격이 정보 유출을 넘어 인명 피해까지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통신 3사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의 해킹 사고로 홍역을 치르며 IT 기술 발전의 눈부신 광명에 가려진 보안 취약성이라는 위협을 실감하게 됐다. 이제 보안은 서비스를 위한 부가적인 단계를 넘어, 필수적인 사회 안전장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