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 자동차부품 바이어들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사진=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
한·미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해 미국 측 인준절차가 마무리됐다. 우리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를 포함해 전국은행연합회 등 42개 경제단체 및 관계기관으로 결성된 FTA민간대책위원회(민대위)는 공동성명에서 “유럽연합에 이어 미국 시장에 또 하나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우리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고 밝혔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를 통해 안정적인 수출 판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FTA는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한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의 한·미FTA 이행법안 처리와 관련해 이들 국내 경제계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주장하듯, 미국은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자, 경쟁국보다 미국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벌써부터 이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14일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기업은 원저와 함께 대미수출로 보다 유리한 입장이 되는 한편, 엔고로 고심하는 일본의 산업계는 경쟁력 저하로 위기감을 강화시키고 있어 환태평양파트너십협정(TPP)교섭 참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15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을 포함하면 한국의 FTA 대상지역은 수출총액의 40%로서 일본의 약 2배가 된다"며 "이대로 방관만 해서는 일본은 세계 무역자유화 흐름에서 뒤처질 뿐이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러잖아도 한국 기업의 발전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교역 조건마저 한국에 유리해지면 일본 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 우려했다. 한·미 FTA의 경제적인 파급력을 경쟁국인 일본이 인정한 셈이다.
GDP 장기 5.66% 증가, 일자리 35만개 생겨
한·미 FTA는 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에서 우리 기업이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관세가 철폐되면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그 결과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고용이 느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편익을 바라볼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들의 가격이 하락할 뿐만 아니라 좀더 다양한 미국 제품들이 들어와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소비자후생이 커진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의 국책연구원들이 추가협상으로 변경된 협정내용을 반영, 지난해 8월 공동 발표한 한·미 FTA 경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의 GDP는 장기적으로 5.66% 증가하고, 단기적으로는 0.0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후생은 최대 321억9000만달러 수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효과 역시 FTA 발효 후 단기적으로는 4300개, 장기적으론 약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창출 효과는 특히 서비스업에서 활발하게 일어나, 이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약 27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란 예측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의 확대도 바라볼 수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23억~32억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10개 국책연구원은 분석했다.
교역량과 무역흑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미 수출은 발효 후 15년 동안 연평균 12억9000만달러, 수입은 11억5000만달러 늘어나 1억4000만달러가량 흑자가 확대된다. 제조업은 연평균 5억70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기대되지만 농수산업에서는 4억3000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장벽이 사라지면서 대 세계 수출이 연평균 31억7000만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수입 증가액은 1억4000만달러에 그쳐 무역흑자가 약 30억3000만달러 확대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화학, 일반기계 등의 약진이 기대된다. 수입보다 수출이 큰 폭으로 증대되면서 자동차의 무역흑자는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11억3000만달러, 전기전자는 8억5000만달러, 화학은 2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종의 생산유발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발효 후 15년간 자동차가 연평균 2조9천억원, 전기전자 2조원, 화학이 9천억원 정도 생산이 증대된다.
다만, 농수산업은 다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수산업은 수입증가 등의 영향으로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8445억원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농어업 등의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등을 마련해 농축수산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26조2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비스업은 희비가 엇갈린다. 방송서비스의 경우 국산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쿼터가 각각 5%포인트 감소하게 돼 연평균 51억9000만원의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은 외국인 지분투자가 확대돼 생산과 소득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