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최근 TV에 나오는 통신사 CF 중 ‘성질 급한 한국사람’이라는 문구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의 입지를 굳혀나가면서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기 원한다. 통신서비스가 가속도를 올리며 발전하면서 이제는 세계인들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좀 더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기 원한다.
이 같은 소비행태는 비단 디지털 저장장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 또는 기업이 소장하고자 하는 정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아날로그적 매체인 종이, 필름 등을 대체해온 지 오래됐고 이제 저장장치는 현대인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생활요소로 자리 잡았다. 소위 하드웨어, 하드디스크로 불리는 HDD(Hard Disk Drive)의 등장은 대량의 정보를 작은 장치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돌풍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통신서비스는 무서운 추세로 고도화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그에 따라 소비자들도 더 작고, 더 용량이 크고, 더 빠른 저장장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경쟁력은 휴대가 용이하게끔 저장장치를 소형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에 SSD(Solid State Drive/Disk)가 등장하며 HDD의 자리를 대신할 획기적인 저장장치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 HDD와 SSD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왜 SSD여야 하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HDD는 보조기억장치로서, 자성체를 입힌 알루미늄의 원판들로 구성돼있는 ‘플래터(platter)’라는 자기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회전시키고 그 위에 헤드를 움직여 데이터를 읽거나 저장시키는 구조로 작동한다. 비록 그 근본이 디지털일지라도 작동 방식이 물리적이기 때문에 처리 속도는 아무리 향상시켜도 그 한계가 있다. 자기디스크의 회전속도를 최대로 높인다 해도 그에 따르는 소음이나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2000년대 초반에 새롭게 등장한 SSD는 메모리 반도체와 컨트롤러가 조합된 저장장치로, HDD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SSD는 PC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연결포트 등)와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컨트롤러 및 버퍼 메모리로 구성돼있는데 여기서 컨트롤러는 인터페이스와 메모리 간 데이터 교환 작업을 제어하고, 버퍼 메모리는 외부장치와 SSD간의 처리 속도 차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SSD는 자기디스크가 아닌 반도체 메모리를 내장해, 비슷한 사양의 HDD보다 읽기 속도가 4.2배, 쓰기 속도가 6.4배나 빠른 반면 무게는 20~25%에 불과하다. 원판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HDD와는 달리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로 구성돼있어 데이터에 접근하는 속도가 0에 가까우며, 외부 충격에도 훨씬 강해 그 내구성이 HDD의 9배에 달한다.
또한 반도체로 구성돼있어 작동하는 과정에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동작 전력소모 역시 HDD가 최소 3W 이상 발생하는 데 반해 SSD는 1W 미만에 그치며, 대기 시 소비전력은 1/15 수준으로 더욱 낮다. 배터리 수명이 훨씬 오래 가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현재 디지털 디바이스 시장은 SSD를 제품에 접목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SSD가 주로 기반으로 삼는 낸드 플래시(NAND Flash) 구성의 장치에는 휴대성이 관건인 휴대용 단말기나 노트북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높은 속도와 내구성의 기능이 뛰어난 DRAM을 기반으로 한 장치는 개인용보다는 거의 전원을 내리지 않는 기업용 디바이스 제품 시장을 타겟으로 삼는다.
SSD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 아직은 HDD 시장이 훨씬 압도적으로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의 확산으로 저장용량보다 휴대성이 높은 저장장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시장은 점차 SSD에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전력, 높은 이동성, 무소음 등의 특징이 모바일 기기에 더욱 적합하기에 SSD는 모바일 PC시장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HDD를 대체하는 추세다.
SSD가 완벽하지 않은 이유
이처럼 매력적인 SSD가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높은 가격’이다. 그냥 높은 것이 아니라 HDD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1.5TB 용량의 HDD 제품이 12만 원대로 GB당 약 78원인 반면 64GB SSD가 10만 원대를 웃돌아 GB당 1500원 정도로서 HDD의 20배나 되며, 전체 시장의 평균 가격배수는 30배에 달한다. 이런 문제는 시장 보급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제동을 걸고 있지만 SSD 가격의 약 80%를 차지하는 낸드 플래시 가격이 올해 30% 정도 하락할 전망이어서 연말에는 32GB 멀티레벨셀(MLC) 가격이 4달러 이하로 이를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36% 정도 추가 하락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특히 PC용 SSD는 2013년까지 HDD의 10~25배 정도로 떨어지고, 기업용 SSD는 15~30배 정도의 하락세가 예상된다. 더욱이 모바일화의 급속적인 진전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 덕분에 SSD 시장형성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SSD의 과제는 대용량 장치를 상용화 시키는 데 있다. 현재 1.6TB 용량의 SSD가 개발된 상태지만 양산 가능한 제품은 256GB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개인용 데스크탑의 용량은 500GB~1TB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SSD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대용량 제품의 상용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사진-삼성블로거와의만남.jpg> 삼성전자가 소비자용 SSD(Solid State Drive)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Samsung SSD Pre-Launching Party’ 이벤트를 열었다.
이미 SSD를 사용하고 있는 얼리어답터들의 일관된 사용 후기에 따르면 프리징(Freezing) 현상 또한 SSD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프리징은 일시적인 병목현상으로 비롯되는데, 다시 말해서 반도체 특유의 작동 방식 때문에 사용자가 데이터를 입출력하고자 하는 속도에 컨트롤러의 처리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최근 컨트롤러 성능을 개선하고 버퍼메모리를 확장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다른 문제점으로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데 있다. 공정기술의 미세화와 멀티레벨셀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빈번해지는데, 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특성상 다시쓰기 가능 횟수와 데이터 저장기간에 제약을 받는 데서 발생한다. 컨트롤러 LSI를 사용해 메모리 셀의 다시쓰기 횟수를 균등화시키는 웨어 레벨링 작업을 거치거나 ECC(Error Correction Coding) 처리 등으로 SSD 수명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제품 개발자들이 좀 더 깊이 연구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SD의 대중화는 ‘시간문제’
세계적인 기준에서 SSD 시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45.1%로 성장할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IDC의 통계에 따르면 시장은 2006년 4억 달러로 시작해 올해 28억 달러까지 성장했으며, 2014년에는 75억 달로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난제인 가격문제가 조기에 해결된다면, SSD 시장확대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비자들의 중점적인 니즈가 가격적인 면에 가장 많은 것으로 봤을 때 SSD 가격이 HDD의 2~3배 수준으로만 낮아져도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SSD 시장 잠재력에 발빠르게 투자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 기업인 Seagate(美), Western Digital(美) 양사가 HDD 시장의 61.3%를 점유하고 있는 등 매출 규모는 아직 HDD 기업들이 SSD에 비해 월등한 실정이지만 매출증가 속도는 SSD 기업들이 더 빠르다. SSD 시장에는 삼성전자, Intel, Google 등 IT 분야의 Set, Chip, 플랫폼을 주도하는 거목들이 포진하고 있어 그 경쟁구도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사실 HDD의 큰 손으로 불리는 유지하는 5개 기업 모두 SSD 시장에 진출해 미래에 대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 미래는 더욱 밝다. HDD 세계 2위 기업인 Western Digital이 2009년에 SSD를 차세대 유망 제품요소로 판단하고 SSD 사업 시장진출을 선언한 이후 HDD 시장 상위 5개사 모두 SSD 사업에 진출을 시작한 것. 특히 SSD의 원재료인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2005년 SSD 제품을 첫 출시해 작년에는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Toshiba는 2008년 5월 첫 SSD 제품을 출시한 이래 PC(Personal Computer)용 대용량 SSD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Hitachi는 Intel과 기술협력을 하면서 서버용 및 스토리지용 SSD를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SSD는 올해 낸드 플래시 수요의 13%를 차지하는 것에 이어 메모리카드 27%, 휴대폰·스마트폰 수요의 24%를 담당하고 있어 함께 주요시장을 형성해나갈 전망이다. 특히 PC에 있어 저장장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기 때문에 고용량 저장장치의 탑재가 필수적이며, 특히 넷북이나 휴대성이 강조되는 노트북, 미니노트북(태블릿PC) 등이 SSD의 안정적인 주요 수요처로 강조되고 있다. 휴대성 증가를 위해서 부피와 무게를 줄여야 하고,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 전력의 특성이 요구되는 넷북이나 노트북의 장치로는 SSD가 더없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 소음, 발열이 거의 없어 도서관,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서 사용하기에도 용이해 PC 제조사들은 SSD를 사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pple사의 맥북에 이어 인텔의 Ultrabook 등 차별화된 성능과 반응성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노트북 제조사에서는 이미 SSD를 채택했다. 낸드 플래시가 앞으로도 계속 가격에 있어 하락세를 보인다면 물량이 큰 중저가의 보급형 PC 및 노트북에서도 급속히 사용이 확산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MP3, 디지털카메라, LCD TV 등 여러 가전제품들도 정보처리기능이 강조되면서 SSD의 새로운 타겟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에 저장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핸드폰 저장장치에 1000만 화소 사진 1000여장, MP3 200여곡, 영화 5편 정도를 저장한다고 할 때 필요한 메모리 용량은 총 8GB면 충분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SSD보다 부피와 무게가 작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직접 사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음성통화 위주의 기존 피처폰과는 달리 카메라, MP3, 인터넷 등 스마트폰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점점 대용량의 저장장치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더욱 빠른 속도체계를 추구하는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SSD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잠재돼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 서버용으로도 처리속도가 빠른 SSD를 추구하는 경향을 띠는 모습이다. 기업이 저장해야 하는 수많은 데이터 중 사용빈도가 높은 데이터들은 SSD가 장착된 서버나 스토리지에서 처리하게끔 하고, 빈도수가 보통인 경우는 HDD, 가끔 찾는 데이터들은 테이프 장치를 통해 계층화하는 식이다. 친환경 고성능 서버 플랫폼 개발을 위해 SSD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저장장치계의 차세대 유망주, SSD
이처럼 SSD는 차세대 스토리지에 있어 HDD를 대체하는 미래 저장장치의 주역으로 핀 조명을 받고 있다. HDD 대비 빠른 속도, 저전력, 휴대편이성 등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SSD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저장장치 업계는 SSD 중심의 시장재편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2012년 하반기쯤 GB당 1달러 수준으로 SSD 가격이 떨어진다면 가장 큰 걸림돌인 고가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기술발전을 통해 초소형화와 초박형화도 같이 이루어진다면 경쟁력이 훨씬 강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추가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SSD는 성능과 휴대성, 저전력 소비, 배터리 지속시간에 주안점을 주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멀티미디어 기능이 확대되더라도 그 메모리 용량이 PC 수준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진전으로 주요 파일을 가상서버에 저장할 수 있는 조건을 확대시키는 편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SSD를 활용해 작은 부피에 속도를 개선시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앞에서 언급한 SSD가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장치의 대용량화와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HDD에 맞서 품질 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요소다.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시스템의 백업 기능을 개선시키는 등의 지원으로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스토리지 장비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SSD의 자체적인 수명을 늘리는 연구 개발 역시 꼭 필요하다. 이런 SSD 성능개선은 메모리는 물론 컨트롤러의 성능 개선 동반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 무궁무진한 스토리지 시장에서 SSD가 갈 길은 멀다. HDD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적인 시장 지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제품을 사용하기 원한다. 기업들의 꾸준한 연구와 투자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이 유지될 때 시장은 비로소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시장 특성상 그 변화속도가 눈에 띄어야 하는 점에서 SSD가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아직 미비하지만, 나무보다 숲을 보는 넓은 시야로 SSD의 지속적인 잠재력 발굴을 도모한다면 업체들이 공생발전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니즈가 개선되고 IT산업계는 더욱 고급화된 환경에서 빛나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