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신나는 바다 축제’ 여수엑스포가 지난 12일 개막했다. 바다를 주제로 세계 각국의 문화와 기술이 총출동된 무대이다. 여수엑스포가 기대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그것이 ‘엑스포’이기 때문이다.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스포츠라는 범주에 한정되는데 반해 인류가 이룩한 산업과 기술, 문명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엑스포를 통해 해양기술을 내다봤다.
최근 세계 영상 기술 분야에서 화두는 단연 ‘3D’이다. 편평한 화면을 뚫고 마치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입체감은 보는 이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헌데 이런 3D 영상이 나오기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런 생동감을 대신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아이맥스’이다.
아이맥스 기술의 시작은 엑스포였다. 지난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에서는 두 명의 예술가가 멀티스크린과 멀티프로젝션 기술을 이용해 최초의 아이맥스(IMAX) 영상을 선보였다.
엑스포에서 만나는 영상 기술의 현주소
하지만 당시 이들은 기술적 문제로 상영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은 의기투합해 멀티스크린(Multiscreen)이란 이름의 회사를 차리고, 3년 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Tiger Child’란 이름의 세계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를 선보인다. 회사 이름도 여러 개의 화면을 뜻하는 ‘멀티스크린’에서 거대한 화면을 뜻하는 아이맥스로 바꾼 뒤였다.
근대 최초의 엑스포로 기록된 1851년 런던엑스포 이후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엑스포가 열렸다. 주제와 규모는 달랐지만, 모두 그 시대의 가장 앞선 기술과 산업, 성과를 뽐내는 자리였다. 여수엑스포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아, 2012년 현재 우리가 경험해 볼 수 있는 최첨단 기술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여수엑스포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은 단연 영상이다. 80여개 전시관 중 적지 않은 전시관들이 다양한 형태의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전시관 수 만큼이나 그들이 뽐내는 기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관의 경우 지름 30m, 높이 15m, 둘레 95m의 대형 돔 스크린을 통해 바다와 함께 한 한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크기로 본다면 세계 최대이다. 영상의 수준 또한 수준급이다. 관람객들은 반구형의 돔 스크린 아래에서 산호와 해초, 거대한 고래와 가오리, 물고기떼 등이 지나가는 바닷속 광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글과 그림, 영상과 음악 등을 통해 한국의 생생한 바다도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관은 3500개의 움직이는 큐브와 함께 다이내믹하게 구현되는 독특한 영상을 구현한다. 세계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움직이는 벽체이다.
온라인전기버스, 바이모달트램등 미래형 친환경 차량도 등장
여수엑스포가 선보이는 첨단의 기술은 영상 뿐만이 아니다. 현재 여수엑스포에서는 전기선 없이 움직이는 온라인 전기버스, 미래형 전기차인 바이모달 트램과 무가선 트램 등이 운영중이다.
온라인 전기버스는 코드를 꼽아 충천하는 일반 전기차와 달리 도로 위를 달리면서 도로에 매설되거나 정류장에 설치된 전력공급장치를 통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움직이는 방식이다. 원리로만 보면 이미 일반에 공개된 새로울 것 없는 기술이다. 하지만 여수엑스포의 온라인 전기버스가 특별한 이유는 전력 공급장치와 수급장치 간의 이격 거리를 기존 3~4㎝에서 20㎝까지 띄웠다는 점이다. 두 장치간 거리가 최소 12㎝는 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바야흐로 전기차 상용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0㎞, 완전히 충전하면 30㎞ 정도 이동할 수 있다.
또다른 운송수단인 바이모달트램(Bimodal Tram)은 압축천연가스(CNG)와 배터리를 주 동력원으로 쓴다. 전용궤도와 일반도로 모두를 달릴 수 있어 이름 앞에 바이(Bi~)가 붙었다. 전용궤도는 여수엑스포역 앞에 있는데, 이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정류장에 멈춰 선다. 약 90명까지 탈 수 있고, 최고 시속은 80㎞이다.
무가선트램은 지붕 위에 고압가선을 설치하지 않고도 달리는 전기차를 말한다. 이번 여수엑스포에서 선보이는 무가선트램은 1회 충전으로 최대 25㎞를 주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용량의 배터리를 창작했다. 최대 시속은 70㎞. 이 차량을 개발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중 오송시험선 1㎞ 구간에 투입해 본격 시운전을 한 뒤 2013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통신 기술도 한 단계 앞서 나아간다. SK텔레콤관은 여수엑스포를 통해 ‘스마트헬스’ ‘스마트카’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인다. 스마트헬스는 스마트폰에 혈당·혈압 측정기를 연결시킨 후 각종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에 키와 몸무게를 입력한 뒤 혈당·혈압을 재면 전화기를 통해 현재의 건강상태와 맞춤별 운동요령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스마트카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비게이션 기능 뿐 아니라 차량의 현재 상태, 주유 시점과 주유소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일상으로 들어올 서비스들이다.
여수엑스포가 바다를 주제로 열리는 만큼 해양을 이용한 각종 기술도 다채롭다. 예컨대, 해양산업기술관에서 미역으로 만든 자동차인 ‘마린 크래프트’의 실물 모형을 전시한다. ‘마린 크래프트’는 미역과 같은 해양조류를 가공해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 그 플라스틱을 이용해 자동차를 제작하는 미래형 자동차다.
대우조선해양로봇관에서는 로봇을 이용한 바닷속 자원 탐사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해양로봇관에 있는 총 73대의 로봇 중 가장 크기가 큰 로봇 ‘네비’는 보조로봇 4대와 함께 2040년 6,000m의 가상 심해를 배경으로 인간을 대신해 자원을 탐사하고 광물을 채굴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키 6.5m, 몸무게 1톤에 달하는 국내에서 제작된 가장 큰 로봇이다.
미래 사회 아이디어 넘쳐나는 여수엑스포
여수엑스포 해상공원인 빅오에서 연출되는 화려한 해상 분수쇼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로 분수 위에 홀로그램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리빙스크린(Living Screen) 기술이 도입됐다.
엑스포를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는 인류, 미래 그리고 비전이다. 엑스포장에서 관람객들이 만날 수 있는 것은 물건 만이 아니라 한 시대의 기술 수준과 산업 방식, 그리고 새로운 문화이다. 다양한 분양의 신기술들이 총출동한 여수엑스포. 이를 디딤돌로 삼아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될 신기술은 또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