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업계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더 가벼운 자동차 무게를 통해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자동차 경량화 관련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 개최되고 있는 관련 산업 전시회에서는 기존의 강하지만 무게가 나가는 철로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들을 대신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전시되는가 하면 100% 플라스틱 관련 소재로 만들어진 차량을 선보이는 등 이미 자동차 경량화가 미래 자동차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경량화는 차체 무게를 감소시킴으로써 소비되는 연비를 개선시켜 소비자들의 차량 유지비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나 운전자들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무게를 10% 줄일 경우 연비는 5% 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자동차 계기판 주변, 도어 부분 등 자동차 내부 소재로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됐지만 자동차 부품에도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 부품이 서서히 적용됨에 따라 자동차 1대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향후 차량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 비중 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자동차의 플라스틱 비중은 2011년 기준 18%를 넘어섰다.
자동차의 경량화를 위한 가장 큰 기술적 뒷받침은 바로 소재 기술의 발달에 있다. 기존 철만이 강도와 내구성을 갖추고 있었던 반면 점차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플라스틱, 복합소재,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 개발이 이뤄지면서 굳이 무게가 무거운 철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됐다.
차량 무게를 덜어내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더 가벼운 소재 적용이 불가피하다.최근 자동차 경량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 및 산업계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대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M&A를 통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새로운 인력 구성 및 설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내부적인 R&D에 집중하던 기업들이 타 기업과 전략적 제휴 및 M&A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내부적인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이미 검증된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시장에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진입, 입자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관련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기존 단점 개선해 경량화 소재로 부상한 ‘플라스틱’
자동차에 경량화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소재는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이유는 플라스틱 소재에 있어 관련 기술 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플라스틱이 지닌 여러 단점들을 개선시켜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강철만큼이나 내구성, 내열성이 우수한 소재들이 산업계 전반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재들을 일컬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 불리는데 이러한 소재는 공업 재료, 구조 재료로 사용돼 강철보다도 강하고 알루미늄보다도 전성(압력을 가하거나 망치로 두드리면 넓은 판으로 얇게 펴지는 성질)이 풍부하다는데 있다.
SK케미칼은 2015년까지 2,300억 원을 투입해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PPS(Poly Phenylene Sulfide)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쓰이는 금속 소재를 대체하는 플라스틱으로 최근 각광받는 대표적 신소재다.
고내열성, 내화학성이 탁월한 PPS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상위 카테고리중 하나다.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연간 28만 톤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중 PPS는 약 9만4,000톤에 달한다. PPS 소재는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연평균 7% 이상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요 확대와 경량화 트렌드에 힘입어 현재 연간 5만 톤인 자동차 시장 수요가 2019년엔 10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SK케미칼이 생산할 PPS는 기존 소재와 달리 클로린(염소)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클로린은 살균, 소독제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전기·전자 용도 부품에 포함될 경우 오작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롭게 구축하는 생산 설비는 울산 화학 공장 내에 들어설 예정이며 2015년 하반기 1차 상업 설비 완공 시점에 1만2,000톤의 생산량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PET, PETG 등 생활소재용 합성수지가 주매출원인 SK케미칼이 PPS 생산에 나섬에 따라 향후 산업 소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임러(Daimler)는 신형 메스세데스-벤츠 GL 클래스에 탑재되는 6기통 디젤 엔진에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엔진 서포트를 장착했다. 기존의 알루미늄 엔진 서포트와 비교할 때, 플라스틱 엔진 서포트는 동일한 하중을 견디면서도 소음을 개선시키며, 단열성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무게를 크게 줄여준다. 엔진 마운트(Engine Mount)와 함께 엔진을 지지하는 이 부품은 높은 기계적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개발된 바스프의 특수 강화 폴리아미드인 ‘울트라미드(Ultramid®) A3WG10 CR’로 성형된다.
현재까지 엔진 서포트는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왔다. 이번에 개발된 엔진 서포트는 플라스틱 고유의 감쇠 거동 덕분에 보다 개선된 소음 특성을 제공한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엔진 서포트 대비 30% 이상 무게를 절감시키며 이로 인한 낮은 CO2 배출 효과도 볼 수 있다.
지난 3월 12일 개최된 ‘KOPLAS 2013’ 참가기업인 AIE는 산업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리즈를 선보였다. AIE에서 선보이고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자동차 앞, 외부 장식 부품은 물론 계기판, 흡기 시스템 부품, 냉각 시스템 부품 재료 등 자동차의 다양한 부분에 적용되는 소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소재는 자동차 부분의 각 기능에 맞게 특성을 고려해 선택되고 물성을 달리해 제조된다. 범퍼를 예를 들면 초고충격, 저온인성, 탁월한 성형성, 도장용이, 사이즈 불변형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이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인 PP(폴리프로필렌)는 통합 기능과 화학 안정성이 우수하고 훌륭한 성형 가공성을 제공해 자동차 범퍼 제작에 주로 사용된다.
AIE는 다양한 소재들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AIE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자동차 범퍼 및 각 부품 등을 선보여 이들 소재가 자동차 제작에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독일 특수화학기업 랑세스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최첨단 ‘아시아 하이테크 플라스틱 응용부품 개발센터(Asia-Pacific Application Development Center)’를 오픈했다.
홍콩 과학기술단지(Hong Kong Science and Technology Park) 내에 문을 연 새 응용부품 개발센터는 콘셉트 개발 지원, 컴퓨터 지원 설계(CAD), 컴퓨터 시뮬레이션(CAE) 및 금형설계에서부터 자동차 부품 테스트에 이르는 다양한 고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아시아 하이테크 플라스틱 응용부품 개발센터는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 소재인 하이테크 플라스틱 기술의 아시아 지역 허브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근 고유가 추세와 함께 경량화가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핵심 부품에 금속을 대체하는 플라스틱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새 응용부품 개발센터를 통해 랑세스는 아시아 지역의 유수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경량화는 물론 비용 및 에너지 절감, 친환경 공정, 신속한 상용화를 가능케 하는 맞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부품의 사출과 중공 성형, 컴포지트 시트 적용 및 최첨단 테스팅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공동 연구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기업인 영국 빅트렉스(VICTREX)가 선보이고 있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PEEK(Polyether Ether Ketone)는 -40~260℃까지 견딜 만큼의 내열성은 물론 기계적 강도, 내마모성, 내화학성, 내가수분해성 등의 물성이 뛰어나면서 가볍기 때문에 최근 전기/전자, 자동차, 의료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 금속을 대체할 경량 소재로 사용이 증대되는 추세다.
이미 빅트렉스는 자동차 엔진 및 ABS 부품·베어링·웜 기어나 항공기의 시트 프레임 및 블랭킷, 풍력 터빈의 베어링 케이지, 원자력발전소의 전선 및 커넥터·튜브, 가전제품 부품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 PEEK는 금속보다 무게가 가볍지만 수명이 2~3개 정도 더 길고 복잡한 디자인에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빅트렉스는 2015년까지 영국 내 공장을 추가로 설립해 연간 7,000톤의 PEEK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미래형 신소재로 각광 받는 ‘탄소섬유’
또 다른 경량화 소재로는 대표적으로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섬유(Carbon Fiber)를 꼽을 수 있다.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단단한 특성을 갖는 탄소섬유는 항공ㆍ자동차ㆍ선박의 구조재료, 압력용기, 풍차 블레이드 등의 산업 분야는 물론 골프클럽 등 스포츠 용도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미래형 신소재다. 탄소섬유는 유기섬유를 비활성 기체 속에서 가열, 탄화해 만든 섬유로 무게는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섬유의 세계 시장 규모는 현재 2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의 관련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40%를 일본계 소재 기업 도레이가 점유하고 있다. 일본 도레이그룹의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 4월 3일 경북 구미3공장에서 연산 2,200톤 규모의 탄소섬유 1호기 공장 준공식과 2,500톤 규모의 2호기 공장 기공식을 동시에 진행한 바 있다. 국내에 탄소섬유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것은 태광산업에
이어 도레이가 두 번째이며 고성능 탄소섬유로는 도레이가 첫 번째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탄소 섬유 관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주)효성에 의해 지난 5월 13일 탄소섬유가 독자 개발돼 전주에 대규모 상용화 공장을 준공해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효성은 이번 공장 준공을 통해 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됐다.
탄소섬유에 대한 제조기술은 선진국이 극비리 보호하고 있어 독자 개발이 쉽지 않고, 제조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투자에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분야다. 1980~1990년 대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이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 들었으나, 개발 단계에서 포기하거나 생산까지 성공한 기업은 없었다. 이후 국내 섬유기술자, 교수 등이 참여하는 (주)효성 프로젝트가 조직화돼 다년간 관련 논문 및 기술 조사, 실험실 테스트 등을 통해 최근 상용화 기술개발을 성공했다.
독자기술을 토대로 효성은 탄소섬유 공장을 전주에 세웠으며,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력을 1만4,000톤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세계적인 탄소섬유 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효성 측은 아울러 우리나라가 탄소섬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섬유 국산 제조를 통해 국내에 공급함은 물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소재가 지닌 성능 뛰어 넘는 복합소재
복합소재는 금속, 세라믹, 화학 소재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소재들이 필요에 따라 결합된 형태의 소재로 개별 소재가 지닌 성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헨켈은 자동차용 복합소재 부품 회사인 Benteler-SGL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RTM(수지 이동 성형) 공정을 개발했다. RTM은 폴리우레탄 매트릭스 수지를 원료로 한 유리섬유 강화 소재인 리프 스프링 생산에 필요한 공정이다. 이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복합소재는 철로 만들어지던 기존의 리프 스프링과 비교해 최대 65%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헨켈은 이번 Benteler-SGL사와의 기술 협력에서 기존 RTM 공정에서 사용되던 에폭시 제품보다 경화 속도가 매우 빠른 ‘Loctite MAX 2’ 제품을 선보였다. 폴리우레탄계 복합 매트릭스 레진인 Loctite MAX 2는 점도가 낮아 섬유 재료에 대한 침투성과 결합력이 우수해 사출 시간을 짧게 단축시킬 수 있다.
차량에 적용되는 리프 스프링은 주행 조건에 따라 지속적인 하중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피로 내성이 우수한 연성(Flexible) 재질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조건에 영향을 받는 부품의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
RTM과 같은 수지 사출 공정은 온도 조절이나 경화 촉진제 등의 첨가를 통한 경화 반응 조절이 용이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복합소재 부품 생산에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여기에 Loctite MAX 2 폴리우레탄 수지를 사용하게 되면 경화시 에폭시 대비 발열이 적어지므로 국부적인 과열로 인한 수축 불량이 적게 나타난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적인 투자 필요
향후 자동차 경량화 소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며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센, 새로운 신소재로의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비교적 역사가 길고 관련 기술 발전이 빠른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의 기술 개발 현황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들 소재에 대한 향후 시장 가능성을 인식하고 빠르게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개발에 필요한 뛰어난 인재 영입과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관련 업계가 모두 동의하는 사항이다. 현재 대기업 위주로 관련 기술이 주도되고 있지만 핵심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탄생돼야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국내 산업도 보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