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동영상 촬영을 위해서 삼각대를 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던 탓일까. 손이 재빨라지고, 마음이 앞선 탓에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마음 같지 않다’는 말을 이럴 때 하나 보다.
설상가상으로 삼각대의 세 다리를 다 펴자 이번에는 삼각대 위의 카메라 고정이 안 됐다.
뒤뚱거리는 삼각대를 요리 보고, 저리 보며 살펴봤다. 문제의 원인을 내 발밑에서 찾았다. 삼각대를 펴는 과정에서 삼각대의 카메라를 고정하는 작은 볼트 하나가 빠져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크기는 내 새끼손가락 손톱만큼도 안됐다.
그런데 이게 없으니 카메라를 고정해 지탱하는 삼각대 자체 기능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순간 기계 속 수많은 부품이 떠올랐다. 덩치는 산만 해도 그 속에 있는 핵심 부품, 아니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만에 하나 부식되거나 관리 소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생산라인 전체가 가동되지 않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평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유닛들의 고마움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왜 작은 부품 하나가 중요 한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진리는 아주 단순하다.
부품 하나가 제품의 기능을 상실케 할 수 있듯이 이를 설계하는 엔지니어, 제작하는 생산자들 또한, 자신의 언행 하나로 조직의 의미를 상실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잃게 할 수 있다.
작지만 무서운 경고다. 잃어버릴 뻔한 작은 부품 하나로부터 얻은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