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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단독 관람객· 바이어 없는 산업전시회, ‘민 낯 드러난 전시회 자화상’

전시 전문가가 없는 전시회, 등 돌리는 ‘참가 기업들’

[산업일보]
MICE 산업 ‘발목’

“차기 전시회는 참가하지 않기로 회사 방침을 정했습니다. 투자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글로벌 전시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수 중심의 국내 전시회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KINTEX에서 개최된 금속산업대전 2016(KOREA METAL WEEK)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참가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비단 국내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국가관으로 참가한 업체들도 바이어를 만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인도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내 한 기업이 인도 기업과 소통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통역 해 국내 참관객에 전달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전시회 난맥상을 본지가 단독 보도한다.

관람객· 바이어 없는 산업전시회, ‘민 낯 드러난 전시회 자화상’
금속산업대전이 개최 중인 지난 20일 오전 11시 30분 경 현장모습

관람객· 바이어 없는 산업전시회, ‘민 낯 드러난 전시회 자화상’
전시회 개막 이틀째를 맞고 있는 전시장이 관람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금속산업대전 2016
한국전람(주)와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이 주최한 ‘금속산업대전 2016’은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금속 소재로부터 가공설비,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금속 산업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전문 산업 전시회라는 기치아래 총 10개의 세부 전시회로 치러졌다.

전시 주관사인 한국전람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올해는 새로운 전시 분야인 국제 레이저 및 판금가공 산업전과 국제 뿌리 산업전을 신설, 보다 폭넓고 전문적인 금속 가공 산업기술을 선보이고, 참가업체가 원하는 핵심 바이어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 바이어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 내수 시장 확대와 수출 판로 개척에 앞장서겠다”는 대의적 명분을 제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격히 줄어든 관람객으로 인해 업체들의 한숨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 참가 기업은 전시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가 기업은 전시회 주최 측의 전문성 강화를 요구했다.

#. 국내 G 기업 대표(국내 기업)
“바이어 위주가 아닌 내수 위주 전시회로 전락하고 있어 우리 기업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관사들의 바이어 유치 능력도 문제라 생각한다. 사실 매출 효과를 보기 위해 해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 구매가 필요한 사람들은 전화를 하거나 직접 회사를 방문한다. 전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없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투자대비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국내 T 기업 대표
1년에 약 10여 회 전시회를 참가하고 있다. 관람객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줄어든 전시회는 처음이다. 10년 째 빠짐없이 전시회를 참가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투자대비 손실이 우려된다. 차기 전시회 참가여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전시 주관사도 나름의 노력을 했겠지만 좀 더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독일 S 업체
본사는 독일이지만 한국 내 에이전시를 두고 있다. 3년 전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해마다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비용 투자 대비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 전시회는 부스설치에서부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나, 관람객이 너무 없다. 그에 따른 홍보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한국은 충분한 시장성을 갖고 있지만 전시 효과적인 측면을 봤을 때는 아쉬움이 많다.



#. 국내 L 기업 대표
지금까지 3년 연속 전시회에 제품을 출품하고 있다. 지난 전시회의 경우 관람객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한다.
IT나 전자산업 분야 전시회는 다양한 신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고 발표회도 곳곳에서 열리면서 전시장 분위기가 뜨거운데 비해, 금속이나 기계 분야는 지금이나 3~4년 전 제품이나 대동소이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아이템이 없다. 관람객들에 보여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전시회의 경우 4년에 한번 개최되는데, 이 기간 동안 착실히 준비하고 내실도 다진 다음 전시회를 나오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런데 국내전시회는 어떤가. 신기술이나 신모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전시 주관사들이 ‘매년 개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점차 ‘그 전시회가 그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얻어가거나 상담, 계약이 진행되기 보다는 인사차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참가한 전시회가 오히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보다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주최사인 한국전람 측에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전시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역량 있는 기업들을 적극 유치해야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니 참여도가 저조할 수밖에 없고 매번 나오는 업체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 했다.

이 기업은 대기업들이나 해외 참여사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관사 측에 건의도 했지만 구체화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번 전시회의 경우에는 회사 차원에서 중국이나 인도기업 2곳을 전시회에 참여토록 했다. 하지만 실망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관람객과 바이어가 없다’는 이유다. 결국 올해 전시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향후 전시 주관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람객· 바이어 없는 산업전시회, ‘민 낯 드러난 전시회 자화상’
'인도관'에 참가하려던 상당수 인도 기업들이 비자문제로 입국을 못하는 바람에 텅 빈 부스가 유난히 눈에 띈다.

바이어? “몰라요” 성과? “없어요”
금속산업대전에 참가한 국내 기업뿐 아니라 인도관과 중국관으로 참석한 해외 기업들의 반응은 국가관을 준비하는 전시 주관사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도관은 비자문제로 입국을 못한 기업들로 인해 텅 빈 부스가 많았다.



#. 인도 N 업체
최근 한국과 인도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기술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Made in India’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기술적으로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는 한국기업을 찾고 시장 진출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러 왔으나 바이어는 물론 상담을 위해 부스를 방문한 사람도 없어 답답하다. 이렇게 성과가 없다면 다음 전시회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인도 L 업체
전시회 지명도를 높였으면 한다. 불러만 놓고 사후관리나 소통이 전혀 안되고 있다. 인도관 자체적으로 알아서 통역하고 소통하고 있다.

바이어 상담요? “운에 맡기려구요”
중국관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말을 아끼는 편이었지만 한 업체는 통역지원이 안되는 바람에 함께 참가한 중국 기업 가운데 영어구사가 가능한 업체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간헐적으로 상담을 끌어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없다. 바이어를 만나는 건 운에 맡기겠다”고 일갈했다.



# 중국 L 업체
작년에 비해 사람이 너무 적은데 학생은 많다. 홍보 확대를 통한 진성 바이어가 모집됐으면 한다.

# 중국 K 업체
영어 가능한 직원과 함께 왔지만, 한국말 하는 사람만 많다. 지금보다 좀 더 전문적인 전시회가 됐으면 한다.

해외관 기업들의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출하는 부분은 바로 ‘관람객과 바이어의 절대 부족’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통역서비스가 보완됐으면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수준이나 빌딩시설, 환경적인 부분에서는 모두 ‘합격점’을 줬다.

관람객· 바이어 없는 산업전시회, ‘민 낯 드러난 전시회 자화상’
중국관에 나와 있는 업체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엎드려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시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세계시장 및 산업 환경이 달라지면서 경쟁원천 요인도 변화하고 있다. 기계와 장비, 소재, 금속 산업에서도 역시 서비스 패키지화, IT 융합을 통한 시스템화, 기업 간 M&A와 전략적 제휴가 증가하는 추세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으로써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부품을 가공하고 조립하기 때문에 전방연관효과가 크고, 후방연관효과도 높게 나타난다.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품을 가공해, 조립이 필요한 계층적 산업조직 형태를 구성하기 때문에 제조공정별 분업화가 요구되며, 다품종 소량생산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기술개발 후 일단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장기간 대외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어 후발국의 추격이 어려운 산업으로 고용유지 및 신규창출에도 효과가 크다.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이 바탕이 되는 산업이다.

이에 본지는 산업 전시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취재에 임했다.

사실 전시회 참가 기업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개 20~30여명의 근로자를 두고 있는 소규모 업체가 많은 데다 각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상당히 위축되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 돌파구를 모색하려던 업체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관람객· 바이어 없는 산업전시회, ‘민 낯 드러난 전시회 자화상’
전시회가 막바지를 맞은 지난 21일 전시장 모습

전시주관사들의 기존 전시회 운영 방식 벗어나야
일부전시회의 경우 국내용으로 전락하고 있어 참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도 들린다. 메이저 기업들이 빠지면서 전시회 규모도 갈수록 위축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마케팅 효과가 저조한 일부 기업들은 국내 전시회를 외면하고 대부분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성공적인 전시회로 치러지길 원한다면 전시회가 해당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장(場)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시회 기간 중에도 전시장에서 정보교류, 업계의 트렌드 파악, 경쟁기업의 현황분석, 새로운 기술정보 등을 습득할 수 있지만 전시회 종료 후에도 심도 있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보고서를 발간, 해당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참가업체나 바이어가 전시회에 참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업계의 정보나 트렌드 등 관련 산업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 전시회의 브랜드 파워는 자연히 강화되는 것이다.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귀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전시회가 어떤 것인지 발 빠른 판단과 시장흐름을 거침없이 읽어내 참가업체와 참관객 모두를 만족시킨 전시회가 많이 탄생하고, 롤모델 전시회를 통한 전시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해당 분야의 산업전시회들도 함께 규모가 축소되기 마련이다. 전시회의 참가비를 비롯한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고, 개발비용을 축소시키면서 새로 홍보할 제품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참가를 포기하는 기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유사전시회 문제도 전시사업자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시회에 거는 기대치가 어느 때 보다 높아진 만큼 시대 변천에 따른 변화에 나설 때라고 참가 기업들은 입을 모았다. 업체들이 전시회를 참가함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과당경쟁 구조를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바람은 하나다. 진성 바이어들을 통한 매출 상승과 브랜드 홍보다. 전시회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시회의 안일한 답습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주도적으로 관련 산업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을 가진 주최 측이 될 수 있기를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안영건 기자 ayk2876@kidd.co.kr

산업분야 최고의 전문기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꾼이 꾼을 알아보듯이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는 프로가 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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