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이 지난해 기준 41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최근 수요 정체와 ‘무료 배달’ 멤버십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생태계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수수료 상한제 등 가격 규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영세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당 중심으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17일 국회에서는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지속가능한 플랫폼 산업을 위한 규제 정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규제 중심의 접근이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직접 규제 등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혁신을 위축시키고 시장 전체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강명구 의원은 “플랫폼 산업은 소비자와 소상공인, 라이더와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 작동하는 산업”이라며 “어느 한쪽의 이해만을 고려한 접근으로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김태영 중앙대 교수(동북아물류유통연구소 소장)는 배달 산업이 단순 중개를 넘어서는 거대한 유통 인프라로 진화했다고 진단했다. 초기 단순 정보만 제공하던 ‘가게 배달(OFD 1.0)’ 모델에서 플랫폼이 물류와 라이더를 직접 관리하는 ‘로지스틱스형(OFD 2.0)’을 거쳐, 최근에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멤버십 기반 무료 배달(OFD 3.0)’ 모델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도화된 시장에서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로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미국 14개 주에서 로컬 소상공인의 매출은 줄어든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반사 이익을 얻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플랫폼이 안정적 매출을 위해 대형 체인점 중심으로 노출과 지원을 배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례에서는 평균 배달료가 0.45달러 증가하고 배달 시간이 1분가량 늘어나는 등 소비자에게도 규제 여파가 미쳤다.
이와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도 “수수료 상한제 시행 시 배달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77.6%에 달했다”며 “비용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는 배달 이용을 줄이고 간편식 등으로 대체할 것이며, 이는 결국 외식 산업 전체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플랫폼 입점 사업자들도 시장 위축을 크게 우려했다. 고경진 한국배달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장은 “전체 100조 원 외식 시장 중 배달 규모가 41조 원에 달할 정도로 배달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규제로 인해 배달 시장 성장이 멈추면 매장 사업자들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이시승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대외협력실장 역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당시 카드사들이 부가 혜택을 축소했던 사례를 들며, “가격을 직접 통제하더라도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구조 내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는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 생태계 내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김 교수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업 라이더와 부업 라이더는 안전운임제나 유상운송보험 의무화 등 주요 규제 이슈를 두고 찬반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와 산업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관표 충남대 교수(좋은규제시민포럼 홍보협력위원장)는 “가격을 통제하는 규제는 어떤 의도든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자 간 자율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혜선 디지털공정거래정책과장은 독과점 구조에 따른 시장 실패 대응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규제가 과도하지 않도록 소상공인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