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력난, 공급망 위기, 생산성 향상 등 제조업이 직면한 과제를 ‘인공지능(AI) 자율제조'로 돌파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2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AI 자율제조 혁신전략 포럼’ 기조강연자로 참여해 이같이 발표했다.
‘AI 자율제조’는 AI 기반의 로봇과 제조설비를 제조 전 과정에 도입해 인간 개입을 최소화한 미래 제조 환경을 뜻한다. 사람이 룰을 정해주고 기계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자동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이다.
생산 환경이 변하지 않고 예측 가능하다면 자동화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늘 발생한다. 자동화를 구축해도 사람이 모니터링하고 생산 환경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공장의 ‘자율화’는 기계가 환경 변화를 인식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규칙을 보완‧실행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공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장영재 KAIST 교수는 “자동화는 많이 진행됐지만 사람이 계속 개입해야 하고, 유지보수 인력도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제조업 기피 현상으로 일자리 유입에 한계가 있으니 ‘자율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현장에 직접 가보면 당장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는 공장이 부지기수”라면서 “자율화(무인화)는 반 노동정책이 절대 아니고, 대한민국 기술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재 교수는 ‘AI 자율제조’의 현장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는 AI가 수천 대의 물류로봇을 제어한다.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개입할 때보다 물류 혼잡이 줄었다.
공장을 짓기 전에는 ‘디지털 트윈’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설비, 자동화 로봇, 기계장비, IT 시스템 등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제품 설계와 기획도 AI로 단축한다. AI기반 설계자동화로 설계, 생산계획, 견적 산출 등 3개월이 걸리는 과정을 3주 내로 단축할 수 있다.
LLM(거대 언어 모델)으로는 언어의 한계를 돌파한다. 챗GPT와 로봇운영을 결합해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도 자국 언어로 로봇을 운영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는 상황에서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릴 기술이다.
장 교수는 “국내 기업이 실제 적용해 사용하는 사례를 위주로 소개했다”면서 “단순한 논문이나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자율제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의 정형화’가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각자의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표준화‧정형화해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협업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장영재 교수는 “한국은 AI, 디지털 등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논문으로 끝나게 된다”면서 “AI 자율제조의 핵심인 디지털 인프라를 정부 주도로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 아젠다를 따라가는 뒷북정책보다 과감한 리드가 필요하다”면서 “공급망 개편으로 세계 도처에 공장이 구축되고 있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AI 자율제조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