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22년 ChatGPT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AI(인공지능) 돌풍’을 불러왔듯, 설 연휴 동안 급부상한 중국의 AI ‘딥시크(DeepSeek)’는 ‘AI 혁명’을 촉발한 모양새다.
딥시크는 미국의 GPU·AI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대응해 혼합 전문가(MoE) 아키텍처 및 지식 증류 기술을 활용, 기존보다 저렴한 개발비 약 550만 달러(한화 80억 원)로 추론 특화 AI 모델인 ‘딥시크-R1’ 모델을 지난달 20일 개발해 공개했다.
R1 모델은 고성능·대규모 하드웨어·높은 개발비를 기반으로 개발된 OpenAI의 ChatGPT-o1 모델을 넘어서는 벤치마크 결과를 달성하며, ‘AI 개발에는 고비용·고성능의 반도체가 대규모로 필요하다’라는 업계의 상식을 뒤집었다.
딥시크의 등장은 AI 제작 비용 ‘현실화’를 제시하며 AI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청신호를 켰다는 기대를 받는다. 딥시크의 오픈소스·추론 모델 무료 제공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최신 AI 모델 접근성도 향상됐다.
그러나 딥시크에는 개인정보 보안 취약성과 데이터 무단 수집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1월 29일 세계 최초로 딥시크 서비스를 차단한 이탈리아에 이어 각국에서는 딥시크 사용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부처·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일부에서 조직 내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카카오·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민간기업에서도 사내 사용을 막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딥시크 개발사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서비스 시정을 권고했고, 딥시크는 15일부터 한국 앱 마켓에서 서비스 신규 다운로드를 잠정 중단했다.
이렇게 딥시크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여러 나라와 기업에서 서비스가 제한되고 있지만, 여러 기업에서는 딥시크의 AI 모델을 자사의 서비스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주로, 딥시크가 오픈소스인 점을 활용해 중국 내 딥시크 서버를 통하지 않고 자체 서버 또는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 활용한다.
우선, AI 검색엔진 서비스인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AI 모델 중 딥시크의 R1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퍼블렉시티는 이용자의 데이터가 모두 미국 서버를 경유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적고, 중국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는 검열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AI 플랫폼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카카오톡의 ‘뤼튼’ 채널을 통해 R1 모델의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딥시크 제작사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클라우드에서 R1 모델을 구동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입력하는 데이터가 유출될 우려 없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는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과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AI(Amazon SageMaker AI)를 통해 기업들이 R1 모델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베드록에서는 사전 학습된 R1 모델을 API로 통합할 수 있고, 세이지메이커 AI로 맞춤형 학습과 배포가 가능하다. AWS는 보안성·확장성 강화를 위해 아마존 베드록 가드레일(Amazon Bedrock Guardrails)을 함께 적용할 것을 권장했다. 애플리케이션의 입·출력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AI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생성형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생성 도구인 ‘코텍스 AI(Cortex AI)’에 R1 모델을 적용했다. 이 기업은 R1 모델을 서비스의 기존 데이터 파이프라인·애플리케이션 및 통합개발환경(IDE)에 통합했다.
딥시크 출시 이후 기존 AI 서비스들은 앞다퉈 추론모델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ChatGPT의 입력창(프롬프트)에는 ‘이성’이라는 버튼이 생겼고, 커서를 가져가면 ‘응답 전에 생각하기’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던져야 추론 모델의 응답을 얻을 수 있다. 퍼플렉시티는 딥시크의 R1 모델 외에도 OpenAI의 최신 추론 모델인 o3-mini를 제공한다.
구글의 Gemini는 서비스 상단에 아래 화살표를 눌러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2.0 Flash 모델 아래로 ‘다단계 추론에 적합’하다는 2.0 Flash Thinking Experimental과 유튜브·구글 지도·구글 검색 전반에서 추론을 진행한다는 2.0 Flash Thinking Experimental with apps를 확인 할 수 있다.
한편,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KOSTEC)는 ‘중국의 AI 혁명: 생성형 AI와 DeepSeeek가 뒤흔드는 미래’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AI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5개년 계획 및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자연과학기금 (NSFC) 지원 등을 통해 AI 산업을 적극 육성해 왔다고 짚었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 아래, 중국의 AI 기반 퀀트 트레이딩 기업 High-Flyer가 딥시크의 모회사로써 딥시크의 기술적 성장을 위한 강력한 인프라를 제공한 것이 R1의 탄생 비결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저비용·고성능 AI인 딥시크가 후발주자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자율주행·로보틱스와 같이 더 거대한 영역에서 융합할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프라가 요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