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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장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나미진 기자|mijindami@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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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장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마케팅, ‘넛지’

기사입력 2011-12-30 0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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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최근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넛지 효과, 서비스업계나 공공사업 분야에서는 널리 통용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지만 노이즈 마케팅도 통하지 않는 특화된 시장인 산업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넛지 마케팅을 이용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산업 전반에 넛지 마케팅을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색해 보고,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스마트슈머, 마케팅 시장 변화 주도
오늘날 소비자들이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 역시 똑똑해지고 있다. 기업이 제공해주는 정보를 받기만했던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 매체, 그리고 스마트 기기들을 통해 제품의 정보를 수집, 검색, 공유하며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최근 등장한 창조적 소비자 ‘크리슈머(cresumer)’ 역시 소비자의 진화를 의미한다. 주어진 제품을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며, 다양한 경로로 기업의 제품개발, 디자인, 판매에도 적극 참여해 소비자의 니즈 파악과 시장 흐름을 감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크리슈머와 함께 신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비자가 있다. 똑똑한 소비자 ‘스마트슈머(smartsumer)’다. 이들은 소비를 단순히 좀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서, 소비를 통한 문화생활과 자기계발, 건강 등의 효과를 누리려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세계적인 유행분석가이자 경제학자인 독일의 다비트 보스하르트(David Bosshart) 역시 자신의 책 <소비의 미래>에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문구 하나로 현대인의 소비 매커니즘을 표현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인의 정체성은 그들의 사유의 내용에 있지 않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즉 무슨 옷을 구입하고 어떤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타인과 구별되는 ‘나’라는 존재의 특유한 방식이 확립되는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의 진화는 더 이상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마케팅을 거부한다. 이제 기업들은 소비자가 찾아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색다른 전략, ‘넛지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러나 입소문 마케팅과 같은 일반적인 마케팅조차 잘 통하지 않는 산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아직까지도 아날로그적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기업이 있다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소비의 주체인 고객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면 기업은 기꺼이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산업시장에도 ‘넛지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넛지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라
행동경제학자인 캐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는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만으로도 똑똑한 선택을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팔을 잡아 끄는 것처럼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팔꿈치로 툭 치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 바로 ‘넛지(nudge)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다’ 라는 ‘nedge’의 사전적 의미처럼 넛지 마케팅은 마케터가 소비자의 구매를 강요하는 직접적인 개입이 아닌, 간접적인 개입만으로 소비자의 똑똑한 선택과 구매를 유도하는 신개념 마케팅이다.

생활 깊숙히 침투해 있는 ‘넛지’
넛지 마케팅의 특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넛지 마케팅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실제로 강남 신세계 백화점은 넛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남성복을 판매하는 6층 매장에 커피 전문점 ‘베키아 누보’ 오픈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성 고객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백화점 남성복 매장의 매출 증가시키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강남 신세계 백화점의 관계자는 “베키아 누보가 생기고 나서 실제 고객들의 트레픽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 매체에 따르면 타 점포 남성관의 여성 매출비율은 20%가 채 안 되지만 강남점은 40%에 육박하며 강남점 남성 매장의 매출 신장률이 한 달간 50%대 기록했다는 보도다.
현대자동차는 전국에 테마를 가진 자동차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 잡았다. 지난해 1월 대치 지점을 자동차 매장과 예술 작품 갤러리를 결합시킨 ‘H-art’ 공간으로 오픈해 고객들에게 마치 갤러리를 감상하듯 신차 감상을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여의도 지점 안에 커피숍을 오픈, ‘shop in shop’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여성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자동차 매장이 단순히 차를 파는 비지니스 공간이 아니라 고객들이 같이 즐기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의도에서 테마 지점을 만들게 되었으며, 커피도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여성 고객분들의 발길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부드럽게 고객을 유도하는 힘, 바로 넛지 마케팅이다.
넛지 마케팅은 강압적인 규제보다 타인의 현명한 선택을 돕도록 도와주는 매개체 역할로서 존재하며, 이는 공공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안의 파리 스티커는 가장 유명한 사례다. 이곳은 ‘화장실을 청결하게’ 라는 문구가 붙이지 않았음에도 소변기에 붙인 파리 스티커를 정조준 하려는 사람의 심리로 인해 변기 옆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현저히 줄어 든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S자 커브가 계속 있어서 사고가 많았던 시카고 미시건 호수의 도로에 커브 구간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하얀 선을 표시했다. 마치 속력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 자동차 속력의 감속을 유도, 실제 사고 발생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은 국내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양천구 목4동주민자치위원회는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던 주택가 골목 곳곳에 꽃담장을 설치해 넛지 효과를 입증했다. 주민센터에서 현수막까지 내걸고 지속적인 캠페인과 함께 야간 집중 단속까지 벌였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곳에 꽃담장을 설치하자 거짓말처럼 쓰레기 투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 파악이 최우선
일반적인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특화된 시장인 산업분야는 마케팅 전략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자극적이고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마케팅이 아닌, 장기적이고 서서히 고객들의 생활속에 침투할 수 있는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포진되어 있는 ‘넛지’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은 틀림 없이 산업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
넛지 마케팅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스마트슈머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마케터, 바로 기업이 먼저 넛지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넛지 마케팅>의 저자 창조경영아카데미 김영한 대표는 “똑똑하게 진화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면 마케터 역시 똑똑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제품에 컨셉트를 부여하여 이야기를 입혀서 고객들이 애착을 가지게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기존 소비자를 고려한 시장보다는 새로운 고객층의 니즈를 발견하며 고객들이 세 번 만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모든 넛지마케팅을 위해서는 기업이 넛지형 인간의 마케터를 양성하고, 마케터 자신도 넛지형 인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헌재 구글에서 운영하는 구글대학, 포스코의 포레카(POREKA) 등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기 위해 직원들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넛지형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전형적인 틀을 깨뜨려 나가야 하며, 고객에게 소리 없이 다가가 생활 속 깊숙히 자리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을 정복하라
현대의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니즈는 단 한가지 바로 신속하고 정확한 제품의 정보를 받아 보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 시장’을 이용한 마케팅을 통해서 충족 가능하다. 특히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이용, 고객들의 니즈를 바로 바로 기업 운영 전반에 적용시킨다면 기업과 고객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산업분야 B2B사이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D사의 경우, 산업시장의 특성상 온라인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어렵다는 벽을 허물고 모든 기계산업분야와 다양한 건설 중장비 등을 총 망라한 국내 최대 직거래 사이트와 산업 전반의 정보를 제공하는 산업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며 산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산업에 대한 발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이 모두 잠재된 소비자들이다. D사의 경우처럼 온라인 시장을 적극 활용해 잠재된 무수한 고객들의 소비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넛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제품을 홍보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제품 관련 정보와 사진, 글 등을 포스팅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산업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주장이다.
또한 열린 생각 앞선 시각으로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마케팅에 적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D사는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최근 모바일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리포팅 서비스도 펼칠 예정이다. 이제 D사의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효과는 매출로 이어질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D사의 마케팅 관계자는 “온라인, 모바일 마케팅을 통해서 한걸음 더 산업인들이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산업분야에서도 넛지 효과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산업분야에서의 넛지 마케팅은 단기간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시대의 변화를 흡수하면서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넛지 효과 파급력 전시회서도 ‘通’
넛지 효과의 파급력은 각종 전시회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서 신형 쏘나타 전시회를 개최해 신차의 디자인 철학과 예술성에 대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현대차 관계자는 “헤이리는 미술인과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종합문화예술공간”이라며 “이곳에 신형 쏘나타를 전시해 안목 높은 예술가들의 구전을 통해 쏘나타 디자인의 우수성이 널리 홍보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천편일률적인 전시회를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시회, 오감을 충족시키는 전시회를 원한다. 전시회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어둡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사람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디자인, 예술, 음악, 음식 등을 접목시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새로운 전시회들이 개최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의 참여가 저조한 산업 전시회의 경우 넛지 마케팅의 활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산업전시회로 꼽히고 있는 독일의 하노버메쎄 전시회의 경우 전시회 참가업체를 대상으로 전시회가 끝나는 날 밤 ‘바이오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에서는 독일 전통 음식과 맥주, 라이브 공연도 즐길 수 있어 산업인들의 전시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전 세계 바이어들이 방문하는 전시회의 이점을 파악, 독일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넛지 효과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산업 전시회 역시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음악, 예술, 디자인을 접목한 전시회를 개최한다면 세계를 대표하는 산업전시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회 관계자들 또한 전시회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고품격 전시회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전시회에 참가하고 싶은 기업이나 고객들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넛지,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규제와 주입식의 방법을 쓰지 않고, 규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넛지론의 매력이다. 넛지 마케팅은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잔디를 밟지 마세요’라는 문구 대신 ‘잔디를 밟으면 잔디가 아픕니다’ 라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넛지 효과의 무서운 위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기업도 진화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진지하게 넛지론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기업들이 풀어야 할 최대의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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