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그래핀’이 21세기 전 세계를 장악할 꿈의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원자 1개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얇은 막이다. 탄소나노튜브를 뛰어넘는 신소재라는 평가 속에 ‘석유’의 대체물질로 떠오르면서 21세기 산업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꿈의 나노물질 그래핀이 ‘꿈’에서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과 함께 대한민국을 소재강국으로 공중부양시킬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그래핀을 소재로 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성과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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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도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래핀, 대체 꿈의 물질은 어떤 물질일까? 그래핀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고, 그래핀 시장의 발전 전망과 한국의 그래핀 연구개발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21세기, 소재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그래핀의 발견은 스카치테이프의 접착력을 이용한 간단한 방법에서 비롯된다.
2004년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그의 제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는 스카치테이프가 지닌 접착력을 이용해 흑연의 표면층을 한층 벗겨낸 2차원 구조의 육각형 탄소화합물인 그래핀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획기적인 연구로 인해 2010년 10월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래핀은 강철의 200배가 넘는 견고함과 구리의 100배가 넘는 전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물리적·전기적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자 차세대 반도체·태양전지 등 전자소재는 물론 자동차·항공기 강화 신소재 등 구조재로 단숨에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래핀, 꿈의 소재 등극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언제나 신소재의 발견은 엄청난 파괴력을 동반하며 차츰 차츰 산업계를 잠식해왔다. 플라스틱의 경우를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볍고 활용성이 높은 신소재, 플라스틱의 발견은 당시 산업계를 넘어 우리 생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커다란 변화를 주도했다. 이처럼 신소재의 발견은 우리 산업과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에 전 세계가 새로운 소재 발견과 연구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21세기 변혁을 가져올 최근 가장 총망 받고 있는 소재는 단연 그래핀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래핀의 어떤 점이 전 세계에 그래핀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그래핀(graphene)’은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 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을 결합해 만들어진 용어다. 2차원 평면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두께가 0.35nm(나도미터, 1nm는 10억 분의 1m)에 불과할 정도로 얇은 막이라 할 수 있다. 탄소를 6각형 벌집모양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흑연에서 가장 얇은 한 겹을 떼어낸 것이라 보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래핀이 겹겹이 쌓여 있으면 흑연, 흑연이 초고압 상태로 놓이게 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는 것이다.
외형상 보이는 얇은 막과는 달리 그래핀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며 얇고 잘 휘어지며 투명하다는기존 물질에 비해 몇 배는 강한 놀라운 특장점을 소유하고 있다.
우선 그 자체가 탁월한 전도체로써 상온에서 구리보다 약 1,000배 이상의 전류량을 전달할 수 있으며,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보다 150배 이상의 전류 전달 속도를 가지고 있다. 열전도도와 강도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강도는 강철보다 100배 이상이며 열전도도 역시 최고라 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에 비해 2배 이상의 빠르기를 자랑한다.
또한 그래핀은 빛의 98%를 투과시킬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물질로 이루어져 다른 소재와 결합했을 때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실제로 이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플라스틱에 0.1%의 그래핀을 넣으면 내열성이 30% 향상되고, 1%를 섞으면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래핀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며 얇고 잘 휘어지며 투명한 물질인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발견이 그러했듯 그래핀 역시 월등한 화학적, 물리적 특성으로 기존 사용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 넘을 것이라 전망되며,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를 뛰어넘는 신소재로 평가 받고 있다.
‘꿈의 나노물질’이라 불리는 탄소나노튜브는 그래핀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물질로 금속성과 반도체성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동일한 소재다. 그러나 그래핀의 금속성이 탄소나노튜브보다 균일한 데다 산업분야에서 응용가능성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그래핀이 탄소나노튜브보다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래핀으로 ‘혁신’ 시대 도래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그래핀은 실리콘 반도체의 가장 강력한 대체 소재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한 휘는 디스플레이나 전자종이, 입는 컴퓨터, 각종 전극 소자 등에 응용 가능해 그 응용분야 또한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빠른 속도, 더 큰 용량, 더 작은 크기 등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한 모든 조건들을 이 그래핀을 통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의 보도에 따르면 그래핀은 ‘15년경 투명전국, 복합소재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15년 300억 불을 시작으로 ‘20년 900억 불, ‘30년경에는 무려 6,000억 불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글로벌 인포메이션은 최근 IDTexhEx의 ‘전자 애플리케이션용 탄소나노튜브 및 그래핀(2011~2021)’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트랜지스터는 2015년 이후 대량 생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은 프린티드 일렉트로닉스(인쇄전자) 부분에서 가장 큰 성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재를 결합한 디바이스 시장 규모 역시 2021년에 이르러 440억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 추정했다.
특히 그래핀이 가진 특장점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실제로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그래핀 필름’은 가로 세로 2cm의 크기의 투명한 필름으로 마음대로 잡아당기거나 휠 수 있으며 심지어 접기까지 가능해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영화 아바타에 등장했던 ‘투명 디스플레이’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30인치 터치스크린을 그래핀으로 제작, 그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하니 그래핀의 상용화는 시간문제에 달린 것으로 보이며, 휴대전화 액정화면에서부터 터지스크린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성은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반도체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그래핀 실용화가 극대화될 것임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대한민국, 그래핀 개발 세계적 선두그룹
그렇다면 한국의 그래핀 상용화 정도는 어떠할까?
최근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기준 그래핀 관련 논문 수가 중국, 미국, EU에 이어 한국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 특허 보유 건수에 있어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허 보유 순위 세계 Top10 기관 중에는 삼성, 성균관대, KIST 등 한국 국적의 3개 기관이 속해 있다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그래핀 상용화에 있어 선두주자라 자부했다.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그래핀 관련 연구 성과만도 지난해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는 보고다.
2008년 5월 전 지식경제 R&D 전략 기획단장인 황창규 박사는 삼성종합기술원장(삼성전자 TO)에 취임하자마자 네이처지에 논문 게재를 추진하도록 함과 동시에 핵심 기본 특허들의 신속한 출원을 지시했으며 이와 함께 본격적인 그래핀 연구를 위한 팀을 꾸렸다.
이렇게 시작된 국내 그래핀 연구활동은 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2009년 홍병희 성균관대 화학과(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와 안종현 성균관대(신소재공학과) 교수가 화학증기 증착법을 이용, 세계 최초로 가로 세로 약 2cm의 휘어지는 그래핀 투명필름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그래핀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을 이론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반도체, 투명전극 등 응용을 위한 기초 이론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면적 그래핀의 결정구조와 입자 배열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으며, 그래핀을 재료로 전자회로 전체를 한 번에 통째로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에도 성공했다. 또한 상용화 공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그래핀 전극 생산이라는 목표를 세계 최초로 이뤄냈다.
특히 그래핀 전극 생산에 관련된 연구 성과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고민 중인 ‘Sub 20 나노급 반도체’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어, 국내 그래핀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짐작케 했다.
또한 지난해 4월 분자조립 나노기술의 세계적 연구그룹인 KAIST 신소재공학부 김상욱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입자 단위로 분리한 후 3차원 형태로 조립하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를 통해 값싼 흑연으로부터 단일층 그래핀 유도체를 매우 높은 순도로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짐으로써 그래핀 상용화에 더욱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그래핀계 탄소소재가 가진 넓은 표면적, 우수한 전기전도성, 기계적 유연성 등의 우수한 물성을 차세대 이차전지나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에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며 “이번 연구로 국내 연구팀이 탄소재 연구에서 세계적 선두그룹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래핀 강국 대한민국
지식경제 R&D 전략 기획단은 ‘우리나라가 그래핀을 잘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반도체(세계 2위), 디스플레이(세계 1위), 이차전지(세계 2위), 자동차(세계 5위) 등 그래핀이 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 산업에서 이미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롤투롤 대면적 전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우리나라는 30인치급 대면적 그래핀 제작 분야에서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Nanoplatelet 제조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울러 IT, 에너지, 자동차, 복합소재 등 30여 개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상용화 R&D 투자를 통해 3,000억 원 규모의 매칭 투자를 시도해보겠다는 강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점 또한 국내 그래핀 산업 발전의 토대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필요
그래핀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시작되면서 EU, 미국,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우리나라 역시 그래핀 연구가 한창이다. 특허청은 2009년 이후 그래핀 관련 연구 개발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연구 성과와 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으로 미루어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그래핀 개발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을 소재강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소재 부문에서 약세를 면치 못 했던 우리나라가 소재강국으로의 공중부양을 위해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는 ‘그래핀 시장 선점을 통한 미래소재 산업 선도국 실현’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2011 그래핀 워크샵’을 개최했다.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 등 1000여 명의 국내외 그래핀 전문가가 참석한 워크샵에서는 한국의 그래핀 사용화 연구개발 수준의 총체적 점검이 이루어졌다. 또한 선진국 정부의 그래핀 상용화 R&D 분석과 정부, 학계, 산업계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식경제부는 2025년까지 60개 핵심 상용화 기술과 20개의 세계 1등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래핀 산업의 Value Chain을 구축함으로써 2025년까지 40여 개에 달하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고 63조 원의 매출을 실현할 계획이라는 발표도 내놓았다. 2025년까지 약 16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 R&D 전략 기획단 황창규 단장은 그래핀 워크샵을 통해 “꿈의 소재인 그래핀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고 밝히며 “그래핀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완제품 강국, 부품 강국에 이어 소재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전언했다.
황 단장은 비록 우리나라가 현재 그래핀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 주장하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함도 시사했다.
이어 황 단장은 “선진국에서는 현재 21세기 산업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될 그래핀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그래핀 상용화 R&D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제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우리나라가 미래의 그래핀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의 Risk 분담 차원에서도 정부의 상용화 R&D 투자 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황 단장은 “‘Fast following’ 시절의 R&D 투자 프로세스에서 조속히 탈피해 ‘First moving’ 시대에 걸맞는 도적적이며 선진화된 제도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선진국과의 경쟁에만 몰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핀 선진국들과의 효과적인 협력과 건전한 경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학계, 산업계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여기 이 세상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신물질을 무한 생성할 수 있는 ‘혁신’이라 불리는 물질이 있다. 인간이 불을 발견해 문명을 이룩했듯, 그래핀 역시 새로운 제2의 문명을 이룩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그래핀의 상용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그러나 출발점은 저마다 다르다. 세계 시장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다른 국가보다 앞선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먼 훗날 그래핀 시대가 도래했을 때 한국이 그래핀 최대 강국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