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는 국가 경제의 축소판이다. 한·미 FTA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불러올 영향을 주목해봐야 할 이유다. 지역 전문가들은 “지역 수혜업종 중심의 수출 경쟁력으로 지역 경기가 맑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한다. 실제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미 FTA를 지역 경제 회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부산시 신발 산업 수출 효자 노릇 ‘톡톡’
한·미 FTA 발효 이후 지역에선 어떤 움직임이 있었을까. 먼저 부산 지역에서 발빠른 변화가 감지됐다. 부산시는 부산을 ‘FTA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2월 ‘한·미 FTA활용 지역경제 활성화 추진보고회’ 자리에서 “한·미 FTA는 부산의 주력업종인 자동차, 기계, 신발, 해양레저산업 등에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부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을 보완해나가면서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가자는 제2의 부산도약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강서 국제 산업 물류도시에 FTA허브산업단지를 조성, 다국적 기업과 해외에서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을 유치하고, 오는 9월 대미 수출단을 보내는 등 미국수출 마케팅을 강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FTA로 관세가 철폐된 후 부산 지역 신발 제조업체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수출 효자산업이었던 부산의 신발산업이 다시 한 번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4월 부산 신발산업 총 수출액은 2억7200만 달러. 미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팀버랜드’에서는 부산 신발산업진흥센터에 한·미 FTA를 계기로 한국에도 생산기지를 구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오기도 했다. 협상이 이뤄지면 부산에서 연 300만 켤레, 1억 달러 규모의 수출길이 열리게 된다. 신발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FTA에 대한 기대 심리로 수출량이 작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FTA 효과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선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FTA활용지원센터를 활발히 가동중이다. 부산시와 부산무역센터, 부산경제진흥원 등의 유관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나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FTA 컨설팅도 실시한다. 컨설팅은 ‘찾아가는 서비스’로 전문 컨설턴트가 업체의 고민을 듣고 원산지 확인서, 증명서 발급 등 서류 작성법부터 비용 처리 문제 등 실제 수출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해준다.
포항시, 철강 산업 전망 ‘맑음’
포항에서 주목할 만한 분야는 철강 소재이다. 철강업계가 올해 들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동차 판매 호황으로 특수강 업계에선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특수강봉강 생산량과 고급선재인 CHQ와이어 생산량 등이 지난해 1분기 대비 3.53% 증가했다. 특수강은 전체 철강 생산량 중 약 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 핵심 부품 소재로 활용된다.
업체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아특수강은 올해 약 120억 원을 투자해 CHQ와이어 등 주력 품목 생산력 증강을 위한 설비 증설을 단행할 계획이다. 세아특수강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고객 수요가 늘고 있는 아이템에 대한 품질 강화 차원의 투자”라고 설명했다.
포항의 철강 산업은 철강파이프, 주물, 볼트너트 등 철강제품이 한·미 FTA 발효 즉시 수입관세가 폐지됨에 따라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한·미 FTA 발효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 보고를 통해 2011년 현재 경북동해안지역의 수출입 중 미국의 비중은 총 수출 139억6415만 달러 중 8.7%, 총 수입 147억155만 달러 중 6.3%를 차지해 지역의 수출입 상대국 중 미국은 수출 3위 수입은 5위로 비중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발효로 인해 지역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2827만 달러, 대미 수입은 2409만 달러 증가하는 등 매년 약 418만 달러의 흑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울산시, 자동차부품 수출 증가
울산지역에서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대미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들어 5월까지 울산 지역 대미 증가율은 34.15%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자동차로 전년대비 증가율이 57%에 이르며, 특히 2.5% 관세가 즉시 철폐된 부품업계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 지역의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미국 현지 공장에 부품을 보내면서 관세가 인하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늘면서 부품 수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온산공단에 위치한 H금속은 자동차 엔진 부품과 알루미늄휠을 만드는 업체로 한·미 FTA가 성장의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금속은 자동차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1200억 원으로 잡았다.
강헌우 한국무역협회 울산본부 과장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미국 수출이 2월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한·미 FTA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올 하반기에는 자동차부품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지역에서 FTA를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인력 수급 등 여러 지원책이 절실하며, 무엇보다 업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기획재정부는 부산시, 대구시, 인천시,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경기도, 전라북도 등에 16개 지역FTA활용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조사연구사업, 컨설팅 지원, FTA 활용설명회 및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