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의 대미 교역은 360억 달러로 비중 25%를 상회했으나, 이후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1년 중국 20.3%, 유럽 13.3%, 일본 10.0%에 이어 9.3%에 그쳤다. 정부는 자료를 통해 한미 FTA 발효 시 대미 교역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24억 4,000만 달러 증가하고 무역수지는 1억 4,000만 달러만큼 흑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미국과의 교역 증대는 물론,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FTA가 발효(2012. 3. 15)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정부의 예상대로 한미 FTA로 인한 교역 증대와 무역수지 개선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일까? 지난 8월말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영향으로 대 유럽으로의 수출이 저조하고 한국의 가장 큰 수출 국가였던 중국 역시 2009년 이후 3년 만에 수출이 감소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FTA 이후 대미 수출 증가
FTA무역종합지원센터(센터장 안현호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의 수입통관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상반기(1~6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279억 5,3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294억 6,5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와 같은 성과를 한미 FTA 수혜업종인 자동차(부품 포함), 기계류, 섬유제품 등의 수출증가세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관세율이 낮아 한미 FTA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전자, 석유류 제품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상반기 주요 품목별 수출 증감률을 보면 자동차(부품 포함) 34.5%, 철강제품 29.1%, 고무제품 16.8%, 기계류 14.8%, 섬유류 9.6%, 농림수산물 8.9% 증가로 나타났으나, 석유제품 및 전기/전자 제품은 각각 15.7%, 22.4% 감소했다.
FTA 수출 활용률 증가 지속 중
한미 FTA 발효 이후 FTA 수출 활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FTA 수출 활용률이란, FTA 통관금액을 통 통관실적에서 일반통관의 영세율 품목금액을 뺀 수치로 나눈 것이다.
FTA 수출활용률을 보면, 지난 4월 58.3%에서 5월 63.8%로 5.5%p 증가한데 이어, 6월에도 69.2%로 전월보다 5.4%p 상승함으로써 한-미 FTA 발효 이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 업계가 어려운 수출 여건 하에서도 FTA를 활용해 해외 마케팅 노력을 강화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4~6월간 평균 FTA 활용률은 63.4%에 달했다.
무역협회가 운영 중인 FTA무역종합지원센터 FTA제도개선실 담당자는 “국내 수출기업의 한-EU FTA의 학습효과로 인해 한미 FTA의 활용률이 높게 나타났고, 특히 한미 FTA 발효 이후인 4~6월 미국의 경기 회복과 맞물려 대미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FTA의 효과도 비교적 양호하게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주요 업종별 FTA 수출 실적
●자동차부품 : 2012년 4~6월 평균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12억 9,130만 달러 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했고, 이 중 FTA 수입이 7억 7,710만 달러에 달한다. 관세율이 0%인 자동차부품의 수입실적을 제외한 자동차 부품의 FTA 활용율은 64.4%에 달한다.
미국의 관세율 부과 단위인 HS 8단위 기준으로 총 196개의 자동차부품이 미국에 수출됐고, 이 중 104개 품목이 FTA 관세 혜택을 받았다. 품목기준에 따른 FTA 활용비중은 87.5%에 달한다.
●타이어 제품 : 2012년 4~6월 평균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4억 5,140만 달러의 타이어 제품을 수입했고, 이 중 FTA 수입은 4억 1,320만 달러이다.
관세율이 0%인 타이어 제품을 제외할 경우, 타이어 제품의 FTA 활용율은 93.0%에 달하며 대기업 중심의 수출로 FTA 활용 비중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섬유 제품 : 2012년 4~6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3억 2,930만 달러의 섬유 제품을 수입했고, 이 중 FTA 수입이 2억 1,660만 달러다. 국내 섬유 수입의 73.6%가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수입 통관됐으며, 까다로운 섬유 원산지 기준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섬유업계의 FTA 활용 실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율 부과 단위인 HS 8단위 기준으로 총 1,369개의 섬유제품이 미국에 수출됐고, 이 중 899개 품목에 대해 FTA 관세 혜택이 주어졌다. 품목 기준에 따른 FTA 활용비중은 71.7%에 달하고 있어 금액 기준의 FTA 활용비중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계 제품 : 2012년 4~6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23억 3,860만 달러의 기계 제품을 수입했고, 이 중 FTA 수입이 6억 21만 달러에 달한다. 관세율이 0%인 기계 제품의 수입실적이 19억 8,970만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기계 업종의 FTA 활용율은 70.9%에 달한다. 기계 제품의 경우에는 소요 부품이 많고 관세율도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FTA 보다는 일반 수입통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의 관세율 부과 단위인 HS 8단위 기준으로 총 1,122개의 기계 제품이 4~6월 미국에 수출됐고, 이 중 329개 품목이 FTA 관세 특혜를 받아 품목 기준에 따른 FTA 활용비중은 72.5%로 높은 수준이다.
●전기/전자 제품 : 2012년 4~6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31억 1,020만 달러의 전기/전자 제품을 수입했고, 이 중 FTA 수입은 3억 5,580만 달러이다. 관세율이 0%인 전기/전자 제품이 448개에 달하고 수입실적이 25억 1,410만 달러이며, 미국의 전기/전자 제품의 관세율이 낮아 전기/전자 업종의 FTA 활용율은 59.7%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율 부과 단위인 HS 8단위 기준으로 총 981개의 전기/전자 제품이 미국에 수출됐고, 이 중 404개 품목에 대해 FTA 관세 혜택이 주어져 품목 기준에 따른 FTA 활용비중은 75.8%로 높은 수준이다.
●석유 제품 : 석유제품의 수입은 7억 5,420만 달러로, 이 중 FTA 수입이 3억 1,170만 달러에 달해 석유 제품의 FTA 활용률은 41.3%이다.
총 1,369개의 석유화학 제품이 미국에 수출됐는데, 이 중 899개 품목이 FTA를 활용하고 있어 품목 기준에 따른 FTA 활용비중은 73.6%이다.
●농수산식품 : 농수산식품의 경우에도 대미 수출규모는 작지만 FTA 활용 성과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6월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총 1억 4,100만 달러의 농수산식품을 수입했으며, 이 중 6,250만 달러가 한-미 FTA를 활용해 수입됐다.
한국으로부터 FTA 특혜관세로 수입된 품목은 293개로 전체 품목 638개 중 46%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음료, 면류, 버섯류 등에서 FTA 활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한미FTA 최대 수혜업종, ‘자동차부품’
한미FTA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자동차부품의 경우 2012년 상반기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5%나 늘었다. 또한 FTA 활용률도 평균 64.6%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한미 FTA의 수혜업종은 ‘자동차부품’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최근 KOTRA가 미국 소재 무역관을 통해 한미 FTA 관세 철폐로 수요가 늘고 있는 15대 품목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 중 자동차 콘덴서, 기어류, 캘리퍼 브레이크(브레이크 포함), 볼베어링 등의 자동차부품은 괄목할만한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들 품목의 수출 실적 및 성공사례와 함께, 미국 내 시장 전망을 통해 앞으로의 수출 증대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머시닝센터, 유압부품, 섬유 등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나 최대 수혜업종인 자동차부품에 국한한다.
●자동차 콘덴서 : 자동차 콘덴서는 미국 자동차 시장 경기 회복과 5.6%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2012년 1~4월 동안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배나 늘어난 179만 달러를 기록했다.
실제로 자동차 콘덴서 전문제조업체인 H사도 FTA 덕을 톡톡히 봤는데, 이 회사는 A/S 부품시장의 대형바이어인 F사에 연간 1백만 달러 규모로 납품해왔으나, 2010년 이후 주문이 급감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미 FTA 발효 직전인 올해 초 F사를 방문해 관세 철폐 효과를 어필했고, 바이어의 마음이 움직였다. 자동차 시장 회복에 따른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빈번히 결함이 발생하는 중국산 대신 믿을만하고 가격까지 낮아진 H사 제품을 쓰기로 결정했다. 계약규모는 예년 규모의 4배인 4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콘덴서는 201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회복세 영향으로 자동차 수요 및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 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내 자동차 콘덴서 수입도 해상 운송량 기준, 지난 2010년 이후 월별 등락을 반복했으나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동 제품의 미국 내 수입 선적량(Number of Shipments)은 84에서 101로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했다.
●기어류 : 올해 1~4월 기어류(기어, 기어박스)의 대미 수출은 296%나 늘었다.
지난해까지 기어류의 대미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졌으나, 같은 기간 동안 한국산 기어류의 대미 수출액은 296%나 늘었다. 자동차 동력전달장치에 사용되는 기어류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업체 간 기술 경쟁이 심해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Freedonia에 따르면, 미국 기어류 수요는 오는 2015년 까지 매년 약 5.7% 증가해 318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기어 수요는 자동차 생산 증가에 따라 2015년까지 연간 약 6.2%의 성장이 기대된다. 자동차용 기어류는 전체 기어시장의 약 77.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유명 트랜스미션 제조업체 A사도 국내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업체인 D사를 접촉해 제품 개발 및 양산 가능성을 검토 중에 있다. A사는 그간 주로 미국 제품을 구매해왔으나, FTA로 2.5% 관세가 철폐되고 지적재산권이 강화되자 한국 업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연간 800만 달러 수출이 가능하다.
●캘리퍼 브레이크, 볼베어링 : 캘리퍼 브레이크와 볼베어링의 대미 수출은 각각 16%, 33% 증가했다. 캘리퍼 브레이크를 수출하고 있는 J사의 경우 한미 FTA 발효로 2.5% 관세가 철폐된다는 사실을 바이어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최근 A사로부터 주문생산용 샘플 주문을 수주했고, 이외에도 기존의 바이어들(Tier 1업체들)로부터 추가 주문 생산오더를 받았다. J사는 전년 대비 올해 상반기 수출규모는 5% 이상, 하반기에는 10~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은 향후 4~5년을 내다보고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볼 베어링은 10년 장기 철폐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내 주요 자동차 관련업체 및 기계 생산업체에 납품해온 B사도 이 중 하나다. 그동안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기업과의 경험 부족과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거래를 기피했으나,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제조업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그러던 중 한국 제조업체인 S사와 미팅을 갖게 됐고, 장기적인 거래 관계 형성을 염두에 두고 소싱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IBIS World 자료에 의하면, 2010년 기준 미국 베어링 시장은 72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최근 미국 제조업의 회복과 베어링의 수요처인 자동차 시장과 기계류 시장 회복으로 인해 시장규모가 2015년에는 77억 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FTA무역종합지원센터(센터장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 이하 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 한미 FTA 발효 전인 2월 21일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한자리에서 지원하기 위한 민관 합동으로 설립됐다. 무역협회를 비롯해 KOTRA, 대한상의, 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KTNET 등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지원하는 모든 지원기관 뿐만 아니라 지경부, 관세청, 중기청 등 관련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센터는 사업기회 포착, 생산, 수출, 사후검증 등 FTA 활용 전 단계에 걸쳐 ‘지원 접수-사안해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 FTA무역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www.okfta.or.kr)를 개설, 운영 중이다.
FTA무역종합지원센터 담당자는 “그동안 국내 수출기업들의 정보가 산재되어 있어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분산된 FTA 활용정보를 하나의 사이트로 통합해 HS코드, 관세율, 원산지 기준, 협정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며, "사이트 오픈한 후 6월 17일까지 방문 150,683건, 페이지뷰 524,113건에 이르는 이용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 특성에 맞는 지원을 위해 FTA 업종협의회도 구성하고 9개 업종단체와 정부부처, KOTRA와 함께 설명회와 간담회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자동차, 섬유, 기계, 전자, 신발, 농식품 등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총 15회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센터 담당자는 “하반기에는 그동안 다소 미흡했던 농수산물 업종에 대한 설명회를 보다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센터는 인터넷 상담 및 콜 센터를 24시간 운영하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 개소 이후 일 평균 40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고, 8월말 기준 총 상담수는 4,985건에 이른다. 원산지 증명이나 품목 분류, 관세율에 대한 문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FTA 활용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FTA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해 FTA 활용 가능 기업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를 하고 있다. 센터 담당자는 “다른 기관의 경우 지원기간이 1~2일에 불과한 것과 달리 우리 센터는 FTA 활용기업이 될 때까지로 기간을 배정해 수출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센터는 향후 KOTRA와의 협력해 마케팅 지원을 보다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센터는 원산지 관리, KOTRA는 시장조사 및 바이어 발굴 등을 전담해 수출 중소기업의 FTA 활용한 해외마케팅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자동차부품이나 섬유 등 수혜품목을 위주로 선도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을 할 예정으로, 올해 40개에서 내년 100개까지 그 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