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의 고갈과 함께 환경오염의 문제로 인해 에너지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풍력, 태양광, 조력, 파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경주되고 있으며 관련기술의 발전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가 흔히 ‘녹색 에너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탓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최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을 중심으로 ‘블루 에너지(Blue Energy)’ 또는 ‘블루 전력(Blue Electricity)’이라 불리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실증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담수 및 해수의 소금 농도 차 이용
블루 에너지(Blue Energy)란 담수(Fresh Water)와 해수(바닷물) 사이의 소금 농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추출하는 전력 발전기술을 말한다.
염과 담수를 혼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는 100년 이상 동안 알려져 왔으며, 1950년대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테스트됐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압력을 이용한 삼투압법과 역전기투석법의 두 가지가 있다.
삼투압법(Pressure-retarded osmosis ; PRO)은 탱크에 각각 담수와 해수를 가두고 특수 제작된 막(Membrane)으로 분리를 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담수는 해수와 소금 농도를 비슷하게 맞추려 하고 이를 위한 담수의 흐름으로 압력이 생성되고, 이 때 발생되는 압력이 터빈을 작동시켜 발전을 하는 방식이다. 수력 발전과 비슷한 형태로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강어귀에서 주로 진행되며 고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역전기투석법(Reverse electro-dialysis ; RED)은 특수 제작 막을 이용해 양성자나 음성자만을 통과시켜 압력차를 만들어내며 바로 에너지로 사용이 가능하다. 삼투압법보다 효율적이고 미래 상용화 가능성이 큰 편이다.
블루 에너지 기술은 온실가스 방출 없이 24시간 동안 동력 발전이 가능한 청정에너지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다른 에너지 발전기술들과는 달리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이용 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 전달과정에서 발생되는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 및 풍력 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자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상용화될 경우 풍력 발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생산비는 1㎡당 5유로까지 떨어지고 ㎾단위당 8%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론상으로는 1m³의 담수당 1MJ의 전력을 얻어 100% 에너지 치환율을 나타내고, 에너지 회수율은 실험상 80%, 기술적 가능성을 고려하면 60~70%까지 가능하다. 경제적 가능성을 반영하면 이보다 약간 낮은 에너지 회수율이 예상된다.
역전기투석법 등 실증화 연구 진행 중
한편, 블루 에너지는 2009년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Wageningen University)의 Jan Post 교수가 역전기투석법에 초점을 맞춘 학위논문을 발표하면서 이슈가 됐으며, 특히 염도 변화로부터 대규모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술과 필수조건에 대한 첫 실증화 연구로써 학계 및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Jan Post 교수는 논문을 통해 호주 65%, 아프리카 61%, 남미 47%로 호주의 기술적 잠재력을 가장 높게 평가했고, 전 세계 5천4백72개의 강 중 강과 바다 내 염도, 온도 및 환경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본 결과 유럽 내에서 라인강이 가장 큰 블루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또한 그는 블루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거대한 양을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그리고 물이 오염되거나 막에 미생물이 축적되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막기술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탈리아에서 색다른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밀란비보카 대학의 Doriano Brogioli 교수가 상이한 염도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해 전기이중층커패시터(Electric Double Layer Capacitor ; EDLC) 기술을 활용한 것. 이 연구는 전기이중층의 성능이 이온 농도에 달려 있다는 점에 착안, EDLC는 염수에 담긴 두 개의 다공성 탄소전극으로 구성되고 전극이 전원과 연결되면 한쪽은 음극이 되고 다른 쪽은 양극이 되어 정전기적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Brogioli 교수에 따르면 비용이나 내구성 문제 없이 막을 사용해 생산해내는 1kW와 경쟁력을 갖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전극구조의 개선을 통해 기술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한다.
강물이 바다로 방출되는 지형 최적
블루 에너지의 경우 조수 간만의 차에 영향 받지 않고 끊임없이 강물이 바다로 방출되는 지역일수록 인공적으로 염도를 맞추거나 강물을 방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에너지 발전 효과가 높다. 특히 담수와 해수의 분리 현상이 심한 곳일수록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전력이 적게 들기 때문에 적합하다.
또한 강수량이 큰 지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계절에 따른 강수량 차이가 큰 지역보다는 매년 일정한 강수량을 유지하는 지역이 좋다.
블루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네덜란드
현재 블루 에너지를 개발하기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네덜란드에서 활발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라인강과 뫼즈강이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이들 모두 강우를 통해 담수를 얻는 지형이고 많은 양의 강물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초당 3,000m㎥의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므로 이 담수가 모두 이용돼 100% 전력으로 치환되면 3,000MW의 전기 공급이 가능해진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시범사업과 시험공장 건설에 대해 전체 투자액의 최대 35%, 최대 2백만 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블루 에너지 개발에는 Dutch Rainmaker, Voltea, AquaExplorer, RedStack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전력 생산기업인 Eneco도 참여하고 있다. 그로닝겐(Groningen) 대학과 와게닝겐 대학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수자원도로공사(Rijkswaterstaat)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현재 Harlingen 지역에 있는 Frisia 소금 공장에서 역전기투석 방식 발전이 시험 운전 중이고, 2011년에는 Afsluitdijk 지역에 있는 IJsselmeer 인공호수에 일본 후지필름이 투자에 참여, 두 번째 시험공장이 설립됐다. 또한 Breezanddijk에 위치한 시험공장에서는 현재까지 약 1천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인 500kW 전력 생산이 가능한 상태다.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전체 신재생 에너지 중 약 3%만 블루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네덜란드가 블루 에너지 발전에 최적의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시험공장이나 정부 투자비율 확대의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현재 유럽은 2020년까지 사용 에너지의 20%를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EU 국가들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비중은 현재 10% 수준이고, 이중 바이오매스가 60%로 가장 많고 풍력이 39%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관심 ↑
블루 에너지의 대표기업으로는 노르웨이의 스타트크라프트와 네덜란드의 웻서스가 꼽을 수 있다. 스타트크라프트는 강물과 바닷물의 삼투압 차이에 의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강물과 바닷물을 통과시킬 막의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5년 대규모 블루 에너지 전력발전소 건설을 완료하고 연간 12TW/h의 전력을 생산해 노르웨이 전기 소비의 10%를 해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웻서스는 인공신장투석용 막을 이용해 Na와 Cl 이온을 통과시키고 이온의 흐름으로 생기는 전압차에 의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고 스타트크라프트와 마찬가지로 막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웻서스는 전 세계 주요 강물의 절반을 사용하면 세계 에너지 소비의 7%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블루 에너지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용화 단계에는 진입하지 못한 상태며, 이 중 상업성과 환경성을 먼저 제시하는 쪽이 기술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블루 에너지는 아직 개발 및 테스트 플랜트가 가동되고 있는 단계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블루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스웨덴 등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강국들도 생산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력, 태양광 등 기존 신재생 에너지 외에도 조력, 파력, 블루 에너지 등 새로운 미래 에너지원을 개발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블루 에너지는 앞으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지구공학자 뢸프 슈일링 교수는 “어쩌면 풍력보다 더 비중이 높아질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풍력이 1년에 평균 약 3천5백 시간 밖에 전기를 생산할 수 없지만 블루 에너지는 연간 7천 시간 풀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루 에너지는 초기 설비에 드는 비용이 매우 높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적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노르웨이 국영 전력회사로서 블루 에너지 생산에 적극적인 스타트크라프트는 2015년쯤 1MW/h당 65∼125달러 사이로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가 1MW/h당 50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블루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은 괜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용 및 환경 문제 개선 필요
반면, 블루 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블루 에너지는 석탄 및 화석 에너지 이용과 비교했을 때 담수와 바닷물을 분리하는 특수 막으로 인해 현재까지는 더 높은 비용이 들며 아직 안정적으로 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발전 후 저장이 어렵고 이를 위한 특별한 장치가 개발돼 있지 않은 실정으로, 배터리를 저장장치로 사용할 경우 큰 비용과 공간이 요구되고 배터리 내의 금속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밖에도 소금과 담수가 상호작용 가능한 넓은 댐이 필요하고, 강과 바다 내 염 농도, 온도 및 환경적 요소의 차이에 따라 에너지 회수율이 다르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