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AI로 대변되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동안 해킹과 국정자원 화재 등의 사건 발생은 현재 한국의 산업계가 가고 있는 방향과 속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노조법과 중대재해법 등 각종 정책들은 산업계의 주축인 근로자와 사측의 공생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한편, 전 세계의 화두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되면서 산업계 역시 발빠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는 전인미답의 코스피 4,000P에 도달하기도 했다. 아울러, 2기 트럼프 정부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과제인 ‘관세전쟁’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단락됐다.
이에 본보는 올해 산업계를 달군 10가지 뉴스를 선정해 독자들과 올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또 한 번 변곡점에 섰다. 기존 자동화·정보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AI)을 현장 공정 전반에 적용하고, 중소 제조기업 중심으로 자율-지능화 체제를 본격 구축하기 위한 정부 전략이 발표됐다.
지난 10월 중소벤처기업부는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통해 향후 제조업 경쟁력을 담보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전략은 지금까지의 스마트공장 확산과 지능화 흐름(스마트제조혁신 1.0·2.0)을 넘어선 ‘제조업의 AI 대전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서 1.0 단계에서는 생산라인 자동화와 ICT 접목이 중심이었고, 2.0 단계에서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지능화·데이터화가 확대됐다. 그러나 중소 제조기업들은 여전히 비용·인력·전략의 한계에 묶여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스마트공장 구축기업의 AI 도입 의견 조사'에 따르면 AI 도입 장애 요인으로 초기 비용이 부담이라는 응답이 44.2%에 달하며, 인력 부족(20.5%), 전략 부재(14.9%)가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3.0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중소 제조기업 AI 대전환’이다. 스마트공장을 이미 도입한 기업을 포함해, 규모·수준별 맞춤형 AI 적용 및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고, SaaS형 구독모델을 도입해 초기비용 부담을 낮춘다.
두 번째는 ‘스마트제조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스마트제조 기술기업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전문기업 지정제도 도입, 글로벌 진출 지원 등 성장을 지원한다.
세 번째는 ‘제조 AI 인프라 및 인력역량 강화’다. 핵심 장비에 국제표준(AAS)을 적용하고, 제조데이터셋 1천 개 확보, AI 리터러시 교육 확대 등이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중기부는 1만2천 개의 AI 중심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중소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을 약 1% 수준에서 1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율 20% 감소, 제조 AI 전문기업 500개 육성도 주요 수치로 내세웠다.
올해 DX(디지털 전환)를 넘어 AX(인공지능 전환)라는 전환 키워드가 제조업계에 본격 부상한 가운데, 정부도 지원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며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예컨대 내년도 지능형(스마트)제조혁신 지원사업 통합공고에서는 AI 접목 스마트공장, 자율형공장, 상생형 AI트랙 등 과제가 대폭 확대됐다. 또 업종·지역 특화형 모델과 공급망 단위의 대·중소기업 협력모델이 부각되며, 중소기업이 산업 생태계 속에서 AI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이 실제로 AI를 현장에 적용해 ‘실질적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질 개선’까지 이어가려면 기술기업과의 협업뿐 아니라 숙련된 인력 확보, 초기투자비 회수 가능성 등도 중요하다. 상생형 모델에서도 대기업이 가진 AI 자원을 중소기업까지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구조가 현실화돼야 한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한 축이다. 이번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이 단순한 정책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살아 움직이며, 청년이 일하고 싶은 강소기업으로의 변신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