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 시대 청년 고용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기술의 유행을 좇는 단편적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과 사회가 공채 부활 등 ‘의도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단순한 직무 교육을 넘어 청년들에게 양질의 실무 경험 인프라를 개방하기 위한 범사회적 대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KSVF)’의 일환으로 ‘AI시대, 청년 일자리 포럼’이 개최됐다. 현장에서는 학계와 기업, 민간 고용 서비스 전문가들이 참석해 청년 고용 인프라 확충과 채용 구조 개편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지나치게 특정 기술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이규성 대한상공회의소 기획운영실장은 “현재 정부 지원 사업이 AI 개발자 양성 등에 쏠려 있어 타 직군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직업 선택이 잘못됐는지 오해하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실장은 “막상 노동시장에는 AI 전문 일자리가 많지 않으며 오히려 신입은 AI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조업이나 설비 시공 등 국가 근간이 되는 기초 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정부가 동등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눈앞의 효율에 매몰돼 청년들의 진입로를 차단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토론 좌장을 맡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기회는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며 “기업이 당장의 이윤을 위해 수시 경력 채용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신입 공채를 다시 확대하는 등 청년 세대에게 의도되고 계획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정부가 실업 청년 문제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규모가 작다”며 “파격적인 수준의 재정 투입과 세밀한 정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들이 실무를 겪어볼 수 있는 일경험 인프라 확충 요구도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김봄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청장년직업능력연구센터장은 “기업은 당장 투입할 인력을 원하지만, 신입 직원이 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정작 청년들은 진로를 탐색하고 실무를 경험할 기회조차 잃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최소한 취업 전 기업을 경험해 보고 진로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실무형 프로젝트와 일경험 사업의 질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에는 국내 고용 서비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전직지원서비스기업인 인지어스 코리아 정형우 대표는 “프랑스는 국가 고용 서비스 전담 직원이 5만 명, 독일은 10만 명이 넘는 반면 한국은 공공과 민간을 모두 합쳐도 8천 명 수준”이라며 밀착 지원 체계의 부재를 꼬집었다.
정 대표는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심의 양질의 일자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라도 기업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다가오는 기술 패권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인재상도 재정의됐다. 이규성 실장은 “코딩의 필요성은 점점 줄고 자연어만으로도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AI 역량 자체보다는 소통과 협업 능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민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산업화 시대의 암기력, 정보화 시대의 검색 능력을 넘어 이제는 무언가를 외워서 답을 쓰는 시대는 지났다”며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노동시장 진입부터 퇴장까지 청년들의 이러한 직무 경험과 이력을 체계적으로 인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생애 경력 개발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