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수출을 제한하는 데 중국과 합의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산 차량의 수출 증가에 제동이 걸리면 국내 배터리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2일 발표한‘유럽, 중국산 전기차 수출 장벽 확장, K 배터리 수혜’보고서에서 중국산 차량의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와 이에 대응하는 수입 제한 움직임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연간 수출 대수를 4년간 50% 이상 줄이는 데 합의했다. EU는 2024년 10월 30일부터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해 왔지만, 그 밖의 차량에는 기본 관세 10%를 적용해 왔다.
이 같은 관세 차이를 활용해 중국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출을 늘리면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내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점유율은 2024년 10월 3.5%에서 2026년 8월 25.5%로 상승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 확대 배경으로는 내수 부진과 공급과잉이 지목됐다. 보고서는 중국 업체들의 내수용 도매 판매 증가율이 2025년 11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공급과잉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향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와 중남미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전망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유진투자증권은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 385만6천 대에서 2026년 466만9천 대, 2027년 579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30.9%, 21.1%, 24.0%다.
한 연구위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실적 개선이 제한됐던 배경 중 하나로 중국산 전기차 수출 증가를 꼽았다. 특히 중국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수출 확대가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U의 산업 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도 국내 배터리 기업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의 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원산지 요건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초안에 차량 부품의 70% 이상을 EU 역내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등에서 조달하도록 하고, 배터리는 셀을 포함한 주요 소재·부품 3개 이상에 대한 원산지 증명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3년 후에는 원산지 증명 대상이 5개 이상으로 확대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EU와 FTA를 체결한 국가로,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셀과 소재·부품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요건 변화에 따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미국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시장 확대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전환, 유럽 전기차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때 2027년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