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ERP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의 재무·회계 데이터와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며, AI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갖추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SAP 코리아가 추진하는 ‘SAP NEXT 100’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컨설팅·시스템 구축 분야의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파트너는 하나은행, PwC컨설팅, ASPN, 블루어드 등 4곳이다. SAP 클라우드 ERP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에 경영 현황 진단부터 시스템 구축, 금융 서비스 연계와 운영 지원까지 각 사의 전문 영역을 결합한다.
20일 여의도 IFC 빌딩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하나은행은 SAP의 비즈니스 기술 플랫폼(BTP)을 기반으로 구축한 펌뱅킹 서비스를 클라우드 ERP와 연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태준 하나은행 기업플랫폼본부장은 기존에 마련된 서비스를 활용하면 기업이 별도의 개발 부담을 줄이고 도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손님들이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이냐를 봤을 때 ERP를 도입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부분을 많이 해결해 드리고자 했던 게 제일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급여 지급은 연계 효과를 설명하는 사례다. 기존에는 인사 담당자가 급여 파일을 자금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담당자가 인터넷뱅킹에 파일을 올려 처리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ERP와 금융 서비스가 연계되면 ERP에서 승인된 지급 정보가 은행 시스템으로 이어져 파일 전달과 수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PwC컨설팅은 기업별 진단과 표준 프로세스 적용을 맡는다. 천재문 PwC컨설팅 상무는 대기업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산업 경험과 방법론을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하는 것이 참여 목적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보유한 AI 기반 워크스페이스와 ‘그로우 패스트’ 방법론, 표준 템플릿을 활용해 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천 상무는 ERP 도입을 단순한 IT 시스템 구축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ERP 도입이 단순한 IT 시스템 구축이 아니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경영 혁신으로 인식을 해 주셔야 시스템 구축에 투자한 만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기존 업무 관행을 유지하기보다 표준 프로세스를 받아들이는 변화관리가 필요하며, 프로젝트 시작부터 시스템 개통 이후까지 경영진과 현업 담당자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ASPN은 20년 이상 SAP ERP 컨설팅과 구축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도입 범위와 순서를 정하는 데 참여한다. 이성훈 ASPN 상무는 “성장 기업의 경우 재무 영역을 우선 적용한 뒤 사업 확장에 따라 물류와 생산 등으로 시스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블루어드는 SAP 구축 경험과 AI 관련 역량을 바탕으로 ERP 데이터와 외부 AI를 연계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천석범 블루어드 본부장은 “기본적인 데이터는 SAP에서 다 피딩을 받는다”며 “ERP가 AI 분석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자체 AI를 개발하더라도 데이터 접근 권한과 내부 통제, 정보의 정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SAP 내부 데이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석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처리할 수 있으며, ERP와 외부 AI를 함께 활용하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AP 코리아 역시 자사 AI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강지훈 SAP 코리아 부문장은 “다양한 AI 기술을 기업 플랫폼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레디 ERP’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