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양자컴퓨터가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기술이 사이버 보안 분야의 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 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특허 출원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안전한 암호체계 중 ‘양자 암호’와 ‘포스트-양자 암호’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자암호는 현재의 암호체계와 같은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양자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물리적 양자상태를 이용하는 암호 방식이다. 포스트-양자암호는 양자컴퓨터로도 풀 수 없도록 수학 문제의 복잡도를 대폭 높인 형태의 암호 알고리즘을 말한다.
특허청은 STATISTA(2021)의 전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자료 등을 종합해 포스트-양자암호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2026년에 2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보안 시장 규모(247조원)의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시장의 성장 예측에 따라 포스트-양자암호 관련 특허출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관련 기술이 2011년 이후 연평균 17.3%씩 증가해 10년 만에 4.2배 증가(2011년 52건 → 2020년 219건)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1.6%로 가장 많았으며, 일본(16.2%), 중국(13.2%)이 그 뒤를 이었고, 한국은 10.2%로 4위에 올랐다.
특허청은 일본의 출원량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중국(연평균 43.6%)과 한국(연평균 40.3%)의 출원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했다.
포스트-양자암호는 어떠한 수학 문제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따라 대략 5종류(격자, 해시, 다변수, 코드, 타원곡선)로 구분되는데, 격자 기반의 암호 방식이 32%로 가장 많이 출원됐다.
한국의 격자 기반 기술 분야 출원량(2011~2020)은 69건으로 미국(90건)과 일본(76건)에 밀렸지만, 최근 5년 간의 출원은 2위(59건)로 1위인 미국(62건)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체 출원을 출원인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는 포스트-양자 암호 기술 개발은 기업이 주도(80%)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38.8%)과 연구소(10.1%)의 비율이 높았다.
주요 출원인으로는 네덜란드의 필립스(73건)가 가장 많은 출원을 했으며, 그 뒤를 2위 소니(72건), 3위 인텔(63건), 4위 IBM(43건), 5위 후지쯔(35건) 등이 차지했다.
국내 출원인으로는 9위 크립토랩(25건), 16위 삼성(18건), 20위 서울대(12건), 23위 조선대(11건) 순으로 많은 출원을 기록했다. 격자 기반 기술 분야에서는 4위 크립토랩(25건), 6위 삼성(14건), 11위 서울대(7건), 고려대(7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박재일 인공지능빅데이터심사과장은 본보와의 전화에서 “양자컴퓨팅 암호화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기업들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경쟁도 가속화되면서 생태계가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이 때문에 한국의 경우 미국이 기업 중심으로 특허확보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정부 주도로 대학,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확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