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Net-Zero)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의 발달 등 사회의 트렌드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만의 응용연구기관인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의 Tsung-Yun Chen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아셈볼룸에서 열린 ‘2023 에너지플러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넷제로(Net-Zero) 미래의 트렌드 및 대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넷제로 도달을 위한 노력
Chen 선임연구원은 “세계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맞이했다”면서 “201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미 지구온도가 최대 상승 온도인 1.5℃에 가까워짐에 따라 인류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한 IPCC는 2021년 전 세계에 넷제로 도달 목표를 향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넷제로가 환경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과 일상생활, 기술 등 사회 곳곳에 변화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힌 Chen 선임은 전 세계 89개 지역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78% 감축을 비롯한 2050년 넷제로 목표 및 관련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고 했다.
Chen 선임은 “대만은 3단계에 걸친 넷제로 도달 계획을 발표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대만은 지난 2015년 2% 감축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1.8% 감축에 그쳤다.
그는 “그러나 대만은 지난해 업데이트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2025년 10%, 2023년 약 24%, 2050년 넷제로 도달을 꿈꾸고 있다”면서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 생활 전환, 사회 전환 등 4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 : 디지털&지속가능성
Chen 선임은 지난 2020년 유럽연합(EU)이 처음 제시한 개념인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윈 트랜지션은 디지털 지속가능성(Digitalized Sustainability)과 지속가능한 디지털(Sustainable Digitalization)을 동시에 일컫는 개념이다.
디지털 지속가능성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제와 사회, 환경 등에서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고, 지속가능한 디지털은 디지털 기술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다.
트윈 트랜지션의 긍정적인 사례로 Chen 선임은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를 언급했다.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모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에 TSMC는 비판적인 여론을 디지털 기술로 돌파했다.
Chen 선임은 “2020년 기준 ITRI/ISTI의 분석에서 TSMC가 사용하는 전기 1kWh당 4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또한, 공장 지역에 159개가 넘는 에너지 절약 솔루션 및 499개의 절전 솔루션를 시행했다”라고 말했다. 트윈 트랜지션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 투자 요구 증대, 혁신 및 사회기능 제고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 갖는 가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 국내 생산품과 수입품의 탄소 가격을 균등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Chen 선임은 2025년까지 EU ETS(유럽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과도기를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026년 이후 ETS에서 무료 검증 및 할당을 점진적으로 도입 및 대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매년 5월 31일까지의 배출량을 신고하는 신고제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CBAM의 가치는 단순히 인증만이 아니라 환경 및 국가, 산업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Chen 선임은 “넷제로는 고려해야 할 상황들이 많은 만큼, 디지털 기술과 잘 결합해야 하고, 더 많은 연구 개발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은 넷제로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1973년 설립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는 대만에서 가장 큰 응용기술 연구기관이다.
다양한 공업·산업 기술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TSMC를 비롯해 UMC, Taiwan Mask Corporation, Epister Corporation, Mirle Automation, Taiwan Biomaterial Co. 등 154개의 기업을 육성했다. 일본 등에 지사가 있으며, 한국 기업 및 연구기관과 총 22건의 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