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돌파구를 찾으려 고군분투했다. 공급망을 재편하는 한편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힘썼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에도 매진했다. 본보는 변화무쌍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6가지 이슈를 선정했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ESS, 분산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 R&D 예산을 전부 삭감했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원자력발전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하다.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해결을 위해선 원자력발전을 확대해야 한다” -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원자력에너지와 재생에너지.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달 10일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선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극명히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원자력에너지의 경제성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제조‧철강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출 산업 중심이라 달성이 쉽지 않다. 좁은 국토에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한 여건도 발목을 잡는다. 재생에너지원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외에도 원자력이나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를 포함하는 ‘CF100(Carbon Free 100%)’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분야를 대폭 삭감했다.
실질적인 달성이 어려운 RE100 대신 24시간 무탄소 전원을 사용하는 CF100이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원자력 에너지 생산 단가는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낮고, 한국은 앞선 원전기술도 가졌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원전만 더한 한국의 CF100을 국제사회가 인정할진 의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말하는 CF100은 단순히 원전과 수소를 더한 것이 아니라, 생산과 동시에 사용하는 ‘실시간 수급’이 핵심이다.
방사능폐기물 처리 등 해결 과제도 많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산업부 대상 국정감사 자리에서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구분하려면 방사능폐기물처분시설은 있어야 하지만, 무슨 수로 만들 것인지 대책은 없다. 방폐장 자체가 국민 갈등을 조장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고민하는 동안 무역장벽은 높아져만 간다. 대응이 늦을수록 수출경쟁력은 떨어진다. 지난 6월 한국경제인협회의 ‘CF100 기업 인식 조사’ 자료에 따르면 CF100 참여 의향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17.6% 뿐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없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경제적인 발전원도 필요하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8조 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21.2원 인상했음에도 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이 지속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 없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축소하고 CF100만 추구하는 것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경제적인 원전을 확보하면서도 RE100에 대응할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균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