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돌파구를 찾으려 고군분투했다. 공급망을 재편하는 한편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힘썼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에도 매진했다. 본보는 변화무쌍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6가지 이슈를 선정했다.
‘중국 경기 침체’
올해 한국 경제와 산업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보고서, 혹은 부정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자료에서 어김없이 원인으로 지목된 단어다.
당연한 일이다. 코트라 무역투자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기준 한국 수출의 19.77%, 수입에서 21.89%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경제 상황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큰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산업계도 영향을 체감하고 있었다. 지난달 열렸던 ‘2023 국제 공구 및 스마트용접 자동화전’에서 만난 한 공구업체 관계자는 “공구는 소모성 제품이라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공장들이 일을 줄여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오프닝’ 장밋빛 전망 펼쳤지만…‘중국경제 위기론’ 확산
올해 초로 시간을 돌려보자. 중국은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특별한 호재가 보이지 않던 세계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경제단체와 산업유관기관들은 ‘리오프닝’과 함께 한국 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풀었던 기대는 금방 식었다. 중국의 생산, 투자,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다.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중국경제 위기론’이 확산됐다. 세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중국경제가 당면한 진짜 위기’ 보고서를 통해 ‘중국경제의 진짜 위기는 당장의 부동산 경기 침체, 수출 부진, 소비 부진이 아니라,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에서 신뢰가 줄어드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중국이 효율성 우선 노선을 벗어나 통제와 계획이 강화되는 사회주의 본연의 색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다층적으로 확인해 한국의 대중국 전략을 수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예측할 수 없는 중국 경기…한국 대응은?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24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는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전환,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라 내년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중국 경제 침체 가능성과 선진국 통화정책 누적으로 회복 정도는 기대보다 미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측할 수 없는 중국 경기 상황이 내년에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외 리스크의 국내 전이 차단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지연, 국제원자재 가격 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한국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니, 대외 모니터링을 강화해 진행 방향과 전망을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 실익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시장 개척 및 수출 지원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주목받는 아시아 역내 신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불황 국면이다. 하반기 반등이 기대됐던 대중국 수출이 침체를 지속하면서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리스크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