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탄소중립 요구를 심각하게 받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승표 일진글로벌 기술연구소 이사는 22일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진행된 ‘제2회 한국베어링컨퍼런스’ 자리에서 실제로 유럽기업으로부터 받는 탄소중립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그는 “과거 유럽 고객사들은 ‘기술 보고서’를 먼저 요구했지만, 지금은 기술보다 ‘ESG 경영리포트’나 ‘탄소중립 로드맵’부터 요구한다”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나왔다”라고 말했다.
유럽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탄소국경세 등 무역장벽도 높이는 추세라 국내 수출기업의 큰 진입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러 단계의 공급망을 거치는 완성차 업체의 요구사항이 많다. 탄소중립 로드맵, CDP(Carbon Disclosure Report), LCA(전과정평가) 등을 요구해 협력사에 탄소중립 책임을 넘기고 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거래에 불이익을 주고, 심할 경우 거래를 중지하기도 한다.
1차 공급사가 압박을 받으면 국내 협력사도 압박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승표 일진글로벌 이사는 “아직 한국 기업은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관련 서류를 작성할 수 없는 회사가 80% 이상이고, 협력업체 간담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장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마련하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동차로 교체하고, 심지어 점심시간 사무실 소등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중소중견기업의 탄소중립 여력이 낮아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