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상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미래 무역의 핵심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각국이 데이터 주권 및 디지털 규제 강화 조치를 잇따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도 이 같은 데이터 안보 변화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국제협력 토론회'에서 김상배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래 아젠다로서 디지털 이슈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관세 협상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 과도한 관세를 피하는 것에 주력했지만, 아직 충분히 부상하고 논의되지 않은 미래 아젠다인 디지털 이슈에 있어서도 섣불리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AI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 역시 디지털 통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7월 미국이 내놓은 ‘풀스택(full-stack) AI 패키지’ 구상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려는 패권적 의도가 짙다”며, 1980~1990년대 컴퓨터 산업 초기에 미국이 기술 패권을 장악했던 전례를 다시 확대·재생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중국은 오픈소스 AI를 앞세워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세계 AI 협력기구(WAICO)’ 설립을 제안하며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190개국 1국가 1표 방식의 국제기구 모델을 표방하며 개발도상국의 AI 주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견제를 위한 ‘중국판 AI 액션 플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데이터 안보를 디지털 통상과 직결된 현안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 사례를 들며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안보·주권·경제의 복합적 시각에서 반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데이터도 전략 자산으로 분석되면서, 전통적 군사 중심의 안보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첨단 기술이 민군 겸용으로 활용되면서 연구자와 기술 인재도 안보 대상으로 인식되는 흐름을 지적했다. 이어 “정책 담당자가 기술의 안보적 함의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연구자와 개발자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