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를 차세대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활용하고, 그 평가 기준을 대한민국이 주도해 세계의 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국제 포럼에서 제시돼 주목받고 있다.
가천대학교 배준호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2025 핵심소재 국제 표준화 포럼’에서 ‘에너지 저장을 위한 차세대 나노물질의 표준화’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배 교수는 IEC TC113(에너지 저장 장치) 국제표준화기구의 논의를 소개하며,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나노소재 표준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DNA는 기본적으로 절연체지만 특정 과정을 거치면 전하를 띠게 돼, 탄소나노튜브 전극과 결합 시 슈퍼커패시터 성능이 향상된다”며 실험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리튬-황 배터리의 부산물을 억제하는 역할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실리콘 음극에 대해서는 시험 조건의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실리콘은 이론 용량이 크지만 부피 팽창과 안정성 과제가 남아있다”며 “사이클 수명, 팽창률, 쿨롱 효율 등을 공통 지표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맥신(MXene) 역시 열적·화학적 안정성 지표를 국제표준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소재 연구에 대해서도 “데이터셋과 검증 절차를 표준화하면 연구와 산업 현장의 결과가 상호 비교 가능해질 것”이라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안했다. 그는 “차세대 나노소재의 국제표준화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이번 포럼이 글로벌 표준화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