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드론은 이제 단순 취미용을 넘어 민간·공공·국방 등을 아우르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 드론 시장은 초창기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국산 부품·기체 비율이 낮아져 사실상 해외 드론 제작기업들의 유통망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K-드론 이니셔티브 추진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공공조달 확대와 대량생산 체계 구축 등 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 주도 실구매 확대로 드론 기업 해외 진출 지원 필요
순천향대학교 이병석 교수는 드론 산업을 바라보던 기존 관점을 바꾸고,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R&D 중심의 정책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실제 구매가 확대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우선적이라고 본다”라며 “현재 한국 조달제도는 1등만 살아남는 구조로, 국가에서 드론 기업들의 공공 조달 납품 실적을 만들어서 해외 진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드론 로드쇼를 통해 해외에 국내 드론 기업을 소개하고 수출을 지원해왔다”라며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국토부와 우주항공청이 함께 다양한 형태의 해외 전시 및 수출 연결 정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한국 드론 산업의 성장은 중국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며 “중국의 기술과 정책, 해외시장을 선점·과점하고 있는 상황 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눠주기식 부품 개발 지원, 부품 국산화 걸림돌
한국드론기업연합회 이종경 회장은 “최저가 입찰이 드론 기업을 극악으로 내몰고 있다”라며 조달 체계 개선을 호소했다.
그는 “최저가에 맞추다 보니 품질이 우수한 제품이 생산될 수 없다”라며 “사후 지원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싸게 도입했으면 싸게 써야 한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회장은 “8년 전 연합회 창립 당시 회원사 중 현재 20~30%밖에 남아있지 않다”라며 “한국 드론 산업에 6천 개가 넘는 드론 기업이 등록돼 있지만, 드론 기체·부품 제조 기업은 수십 개도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종경 회장은 “드론 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존 지원 정책은 1~2개 제품 개발을 일부 지원하는데 그쳐왔다”라며 “나눠주기식 지원으로 지속 개발성을 확보하지 못하니 시제품만 만들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몇 개 기업을 컨소시엄으로 묶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제대로 된 부품·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해 국내 유휴 공장과 드론 기업을 매칭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드론, ‘대량생산’ 능력 갖춰야
“우리는 드론 시장이 커지길 바라고 있지만, 확대된 시장에 걸맞은 준비는 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LIG넥스원 윤관섭 사업부장은 이렇게 말하며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 산업에서는 드론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면 전쟁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진단했다.
드론 기술 R&D에 ‘대량생산’ 체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윤 부장은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에서까지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선 피지컬 AI(물리 인공지능)나 디지털 트윈과 같은 여러 기술이 집약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이 드론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제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방위 산업이라는 엄청난 자본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드론을 단일 산업·시스템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바라봐야 문제의 본질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