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국회미래산업포럼과 국회미래연구원은 9월 29일 ‘피지컬 AI 시대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위기를 맞은 우리 제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피지컬 AI라는 것에 공감하고, 산업 현장의 AI 도입 장애 요인과 극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K이노베이션 이규석 DT실장은 정유화학산업에서 AI 도입의 어려움에 대해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조 공정이 조립 중심으로 돼 있는 데 반해, 정유화학 공정은 연속적인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유체가 흐르면서 여러 반응이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한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상 상황이 생기면 운전원의 경험에 의존해 대응하고 있으며, 사람이 직접 조작해야만 하는 밸브가 있어 완전 자동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석유화학 시장의 경쟁이 심화와 운전원의 세대교체 등 구조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AI와 로봇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실장은 “SK이노베이션은 공장 설비에 AI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로봇을 활용한 현장 순찰·검사 솔루션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유화학 공장은 폭발과 같이 큰 사고로 확산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규 기술 도입 시 철저한 검증이 중요하다”라며 “몇 년 동안 현장에 AI를 여러 번 적용하려 했는데, 원하는 수준의 정확도를 가진 AI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작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조업의 특화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검증을 위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로봇 도입의 어려움도 전달했다. 플랜트가 넓은 부지를 차지하다 보니, 배터리 용량이나 통신 음영 지역 발생과 같은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특히, 방폭 처리된 로봇을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과 인증 기준·절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표준화 및 공유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규석 실장은 “공정 운전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쉽지만, 안전사고 관련 데이터는 양이 많지 않아 모델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정부 주도로 사고·장애 데이터를 표준화한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이를 활용해 예방 활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