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이 지난 10년간 큰 변화를 겪으며 ‘세대교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효자 품목으로 꼽히던 디젤차와 TV는 상위권에서 밀려난 반면, 전기차·화장품·식품·중고차 등 K-브랜드 및 콘텐츠와 결합한 신흥 소비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의뢰해 분석한 ‘최근 소비재 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는 2014년 1억4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2024년 101억 달러로 늘며 무려 70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은 6억 달러에서 32억 달러로 5배, 식품은 11억 달러에서 33억 달러로 3배, 중고차는 6억 달러에서 29억 달러로 5배 증가했다.
반면 디젤차(2위→11위), TV(7위→77위), 의류부속품(9위→20위) 등은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탈탄소 기조와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 확대로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재편됐으며, 한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과 고품질 이미지로 화장품과 식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수출 지역별로는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미국은 2024년 387억 달러(39.1%)를 기록하며 단일국가 1위 수출처로 자리 잡았다. 이는 10년 전보다 12.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중국(6.7%)과 일본(4.6%)은 비중이 줄었다. 카자흐스탄(0.6%→1.7%), 키르기스스탄(0.1%→1.5%) 등 중앙아시아 신흥국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북미지역에서는 자동차·가전 등 내구소비재가 강세를 보인 반면, 아시아 시장에서는 화장품·식품·의류 등 직접소비재와 비내구재 수요가 높았다.
소비재 수출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6% 성장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1.8%)을 웃돌았다. 자본재·원자재에 비해 경기변동에 덜 민감해 ‘수출 안정축’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소비재는 경기 사이클 영향이 적고 K-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해외진출 기반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성장 잠재력이 큰 전략 품목을 선별해 집중 육성한다면 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올해 하반기 미국의 관세 부과와 소비 둔화 우려가 있지만, 중앙아시아·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고 K-브랜드를 K-pop 등 콘텐츠와 연계하는 맞춤형 전략으로 수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