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앞으로도 잃어버린 5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세계 고용전망, 절망적인 청년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와 중남미도 경기둔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올해 12.7%인 세계 청년실업률이 2017년에는 12.9%로 0.2%포인트 상승할 것이라 한다.
중동지역의 청년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26.4%에서 5년 뒤 28.4%로 상승해 가장 빠르게 악화되고, 동남아의 청년실업률도 13.1%에서 14.2%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도 9.5%에서 10.4%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인구구조상 오는 2015년까지는 청년실업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7.3%로, 15∼29세 경제활동인구 중 31만4000명이 실업자인 상황이다. 정부에서 각종 청년실업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른 세대들에 비해 구직자 수가 많은 청년층의 실업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청년실업과 미스매칭(Mismatching)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 실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접점을 찾지 못해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도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미리 접수하고 있다. 이번에 배정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내년 쿼터 5만2000명의 9.6%인 5000명으로 인도네시아, 네팔,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14개국 출신이 그 대상이다. 기존에 없던 50인 이하 뿌리산업(금형, 주물, 도금 등) 중소기업의 외국인근로자 고용한도가 별도로 1명 추가됐다.
지난해 국내 취업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의 약 92%(총 59만5천98명 중 54만7천324명)가 단순기능 인력이다.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영세업체인 3D업종(가구공장, 도금업체, 프레스공장 등)과 음식점, 도·소매업에 주로 종사한다.
한편, 청년실업은 취업에 성공했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바늘구멍만큼 좁은 취업문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1년도 채 안 돼 조기 퇴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9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중 1년 내에 퇴직하는 비율이 48%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이 1년 내 퇴사 비율, 14.3%의 3.4배다.
중소기업 퇴사자들은 ‘급여 및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46.7%), ‘조직과 직무 적응에 대한 실패’(42.9%)를 퇴사 이유로 꼽고 있다. 대기업 퇴사자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와 진학’(40.6%)을 퇴사 이유로 가장 많이 들어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조기 이직 현상을 3가지 증후군으로 분석했다. 현재의 직장보다 더 좋은 직장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파랑새 증후군(Bluebird Syndrome), 자기 역량에 비해 가치가 낮은 일을 주로 하며 갈등을 느끼는 셀프홀릭 증후군(Self-holic Syndrome), 기성세대의 문화를 비판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 그것이다.
미스매칭(Mismatching)은 청년실업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다. 인력의 수요와 공급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현상을 가리킨다. 이는 회사와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여 그 요인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기업과 구직자 간 정보의 격차에 따른 인식의 차이로 인력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곤란을 겪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학력 청년들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 선호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장기 실업에 처하게 되는 현상이 그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에는 낮은 사회적 평가와 맞물려 청년들이 기피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고학력 사회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스컴의 영향과 과소비 물질문명, 거기에다 몇몇 청년층의 멘토로 알려진 유명 인사들이 청년층에 끼친 버블(bubble)도 그 요인의 하나다. 청년들이 가져야 할 기본이 건전한 생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고, 꿈을 키우고, 아픔을 즐기는 것이 전부인양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추태다. 우리 청년들이 이런 것을 따라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서 청년실업이 해결되기까지는 많은 아픔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 직무 재설계와 직무관리의 업그레이드
누구나 전인적 직업관으로 이타성과 자긍심을 갖춘 직업인이 되고 싶어 한다. 이 두 가지 덕목을 가지고 힘든 기술기능인의 길을 걷고, 타 업종의 직업인들을 인정하며 자신의 발전을 꾀하게 된다. 모든 직업인이 바라는 원동력인 셈이다.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는 직장생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첫째, 전문 지식인으로서의 직업인이다. 직장 내에서 자기만의 고유의 기술지식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직장에서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만 안정되고 건전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인정을 맛보는 직업인이다. 직장에서 교육훈련을 통하여 꾸준히 역량이 향상되면서 나아가 남으로부터 인정도 받는 생활이다. 즉, 근속기간에 맞추어 중간급 지식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는, 기업 생태계의 허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는 직장에서 도전의식을 발휘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즐겁게 담당하게 한다.
셋째, 미래를 주도하는 창조적 기업가다. 선진국의 기술과 지식, 경험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친다. 헝그리 정신으로 열심히 따라 하는 것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으로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초급사원들의 이직이 많을까? 이제 그 답은 뚜렷해진다. 가치 중심의 직무를 부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능과 역할 중심의 기계적인 직무관리로는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는 일, 가치 있는 일을 기준으로 직무를 재설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업의 모든 업무를 가치직무로 재설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초급사원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보조적이고 부수적인 업무에 식상하고 지치지 않도록 가치 있는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가치를 느낄 수 있을 때 성공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P&G의 ‘자기완결형 프로젝트(Early Responsibility)’가 좋은 예다. P&G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업무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신입사원이 책임지고 경영진에게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도전과제를 완수한 신입사원은 성취감과 함께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직업역량 교육을 통하여 직무별 성장 경로를 제시해 주며 신입사원 스스로가 비전을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신입사원 성장의 롤(Role) 모델이 되는 선배와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청년들에게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다. 괜한 버블에 빠져 무기력한 청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건전한 교육, 소통과 설득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가치 중심으로 직무를 재설계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 지식인으로 인정받고 중간 지식기술자로 성장하며 창의적인 기업가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 구직자인 청년의 직업에 대한 의식, 역량과 함께 기업의 직무관리도 업그레이드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