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마트 성수점 진열전문사원인 나형렬씨(26)는 요즘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발걸음만 가벼운게 아니다. 얼굴도 더 밝아졌다.
지난 4월 1일 이마트 정규직 사원이 된 이후의 변화다. 나씨는 “이전에는 용역업체 소속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는데, 일한 만큼 돈이 나와 항상 늦게까지 일을 했다”며 “정규직이 된 다음부터는 근무시간이 줄어, 개인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더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 등 가족들은 나씨의 정규직 전환을 더 기뻐하고 있다. 가족 의료비지원이 추가되고, 다양한 직원 할인혜택을 받는 등 가계 살림에도 적잖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성수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은 나씨 뿐이 아니다. 나씨외에 모두 131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신세계이마트 전체로는 4월과 5월에 걸쳐 모두 1만 757명이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고용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뭐니해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에서 발견된다.
우선 민간 부문을 살펴보자. 신호탄은 지난 1월 한화그룹이 쏘아올렸다.
호텔, 리조트 서비스인력과 백화점 판매사원, 고객상담사 등 모두 2043명의 비정규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도 이따금씩 정규직 전환 사례가 있었지만 2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의 정규직 전환은 매우 드문 일이라 세간의 이목이 한동안 집중됐다.
바통은 신세계 그룹이 이어받았다. 4월 1일 나씨와 같은 진열전문사원 9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데 이어, 한 달 뒤인 5월에는 패션판매사원 1657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4월 30일에는 SK그룹이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계열사 계약직 5800여 명을 연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SK그룹 내 비정규직의 61%에 달하는 인력으로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SK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12%에서 4%로 대폭 줄어든다.
이밖에 지난달 1일 유통강자인 롯데그룹이 비정규직 5000여명 가운데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있는 GS그룹도 지난달 23일 정규직 전환 릴레이에 합류했다.
상품진열, 계산원, 고객상담사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2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민간 부문 못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자료를 이달 중으로 취합해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4만 1000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는 지난해 2만 20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2011년 이후 신규 채용된 근로자도 대상자에 포함되며, 정부출연기관 연구원도 전환된다.
공공기관에서 채용하는 청년 인턴들의 정규직 채용 기회도 확대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시 20% 이상을 인턴경험자 중에서 채용할 것을 지침으로 정했다. 또 그 중 20% 이상은 고졸인턴이어야 한다.
통계청이 밝힌 올 3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보다 다소 높은 32.3%였다.
그러나 이같은 민간과 공공의 노력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OECD 평균 이하는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스 김’이 더이상 ‘직장의 신’이 아닌 평범한 ‘정규직 사원’으로 일할 수 있는 변화가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