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이란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 중 하나로 소재를 층층이 쌓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인 프린터가 입력된 사진이나 문서에 따라 잉크를 분사하듯, 3D 프린터는 디지털화된 3차원 제품 디자인을 2차원 단면으로 연속적으로 재구성해 소재를 한 층씩 인쇄하면서 적층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료를 자르거나 깎는방식의 전통적인 생산방식 즉 절삭가공과는 대치되는 적층가공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초로 3D 프린팅을 개발한 것은 Charles W. Hull로 알려져 있다. 액체상태에서 빛을 받으면 굳어지는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 즉 광경화성 수지를 사용해 제품의 단면을 인쇄 적층하는 광조형법(Stereolithography)으로 시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특허로 출원했다. 이후 금속분말에 레이저를 쏘거나, 플라스틱을 녹여 단면을 직접 인쇄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의 3D 프린팅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3D 프린터의 가공기술은 지금까지 주로 시제품 제작에 이용돼 왔다. 전통적인 시제품 제작 방식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반면, 3D 프린팅은 디자인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시제품 제작을 여러번 반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감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은 적지 않다. 한예로 람보르기니는 4개월동안 4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던 과정을 스포츠카 Aventador 시제품 제작시에는 3D프린팅을 사용해 20일 동안 3천 달러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제품 제작서 직접 생산단계까지
게다가 3D프린팅은 시제품 제작을 넘어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으며 소재의 변화와 가공기술의 정밀도를 높여 새로운 산업영역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3D프린팅을 통한 생산기술은 이미 액세서리, 휴대폰 케이스, 주방식기 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다소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자동차, 항공기 등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데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GE 글로벌 리서치의 Michael Idelchik는 3D 프린팅이 차세대 제조 혁명을 일으킬 기술로서 40년 뒤에는 엔진 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3D 프린팅 기술은 보청기, 치아, 의족 등 개인 맞춤형 제품이 반드시 필요한 일부 영역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보청기 회사 Widex는 3D 프린팅으로 보청기를 제작하는 기술인 CAMISHA(Computer Aided Manufacturing for Individual Shells for Hearing Aids)를 개발해서 지난해 유럽특허청(European Patent Office)이 주는 European Inventor Award를 수상했다. CAMISHA는 귀 모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귓본을 제작하고 3D 스캐너로 인식해 3D 프린팅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보철기기나 임플란트를 제작할 때도 3D 프린팅이 적용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Bespoke Innovations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뼈대만 남은 의족이 아니라 실제 다리 모양과 유사하도록 디자인한 의족 보조기기 Bespoke Fairings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의족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줄 뿐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소재,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두개골 임플란트 제작성공
또한 83세 고령 환자의 턱뼈를 대체할 수 있는 임플란트를 제작해서 이식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3D 프린팅 방식으로 티타늄으로 골격을 만들고 바이오세라믹으로 코팅을 한 것이그 것이다. 높이 1mm를 만드는데 33층으로 적층할 만큼 정교했으며, 신경과 근육을 감안했을 때 기존 기술로는 제작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디자인이었다. 이외에도 2000년에 설립된 Oxford Performance Materials는 고성능 소재 중 하나인 PEKK를 사용해서 3D 프린팅으로 두개골 임플란트 제작에 성공했다. 지난 2월, FDA 510(k) 승인을 받으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Piper Jaffray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5가 출시되고 제일 먼저 케이스를 출시한 곳이 3D 프린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중 하나인 Cubify였다. 일반적으로 아이폰 액세서리가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약 2주의 시간이 걸린다.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반면 Cubify에서는 하루 만에 휴대폰 케이스 디자인이 업데이트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몇 일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향후 액세서리, 주방기구, 생활용품 등에서 기발한 디자인을 3D 프린팅으로 구현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는 제품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Iris van Harpen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새로운 디자인의 의류를 패션쇼에 세웠으며, 나이키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기능성 축구화를 선보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디자인 회사 NoDesign에서는 특이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조명 Waelice을 생산하는데 3D 프린팅을 사용했다.
엔진 등 복잡한 구조물도 한번에
또한 조립 용접 등 일부 생산 공정을 줄이고 일체형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University of Southampton에서 개발한 무인항공기 SULSA는 효율은 높지만 구현의 난이도가 높은 몸체와 날개 디자인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3D 프린팅을 도입함으로써 손쉽게 생산할 수 있었다. 총 14개의 부품으로 디자인해 전체를 조립하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외에도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베어링, 축, 바퀴 등을 한번에 인쇄한 자전거도 등장했으며, 향후에는 엔진처럼 복잡한 구조물도 한번에 인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됐다.
장기적으로는 비행기와 같은 대형 제품도 3D 프린팅으로 인쇄할 수 있을 것이다. 2050년을 겨냥한 Airbus의 컨셉을 보면 커브가 큰 동체, 새의 뼈를 모방한 생체공학적(Bionic) 디자인, 투명한 외관 등 아찔할 만큼 복잡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Airbus의 디자이너 Bastian Schafer는 새로운 생산기술의 필요성과 함께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직까지는 3D 프린팅이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수준이지만, 2050년 즈음에는 3D 프린터 자체가 비행기 격납고 만한 크기로 대형화되면서 충분히 현재의 컨셉 디자인을 시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마이크로 미터 단위의 제품을 생산하는 초정밀 생산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나노 미터 단위의 세부구조를 가진 마이크로 미터 크기의 제품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심장 혈관에 삽입하는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stent), 통증없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마이크로 바늘(microneedles), 수 마이크로 미터 단위로 게코도마뱀(gecko)의 발바닥을 모사한 접착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도 함께 연구되면서 3D 프린팅이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신생기업 Nanoscribe는 미세하게 레이저를 조정해 30 나노 미터 단위의 구조물을 생산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공장기 직접생산도 가능하다
정밀하게 소재를 가공할 수 있는 3D 프린팅은 기존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인공장기나 인체조직을 만드는데 3D 프린팅을 사용하는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지만, 인공혈관, 인공신장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독일의 연구기관 Fraunhofer Institute에서는 3D 프린팅을 통해 인공혈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레이저를 정밀하게 제어해 소재를 적층하는 방식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손상된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조직을 개발하는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에서는 세포가 증식, 분화할 수 있는 지지체 역할을 해줄 스캐폴드(scaffold)를 생산할 때 3D 프린팅을 이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포를 직접 인쇄해서 필요한 인공장기를 생산하는 3D 프린팅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신생기업 Organovo는 수 만개의 세포로 만들어진 바이오잉크(bio ink)를 원하는 모양으로 적층하는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적층된 인공 구조물은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콜라겐, 젤라틴 등으로 만들어진 바이오페이퍼(bio paper)에 담근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바이오잉크의 세포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혈관, 피부 등 다소 단순한 영역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조직이나 인공 장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연구기관 Wake Forest Institute for Regenerative Medicine의 Anthony Atala는 잉크젯 프린트에 세포 카트리지를 넣고 필요한 장기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3D 스캐너와 결합해서 필요한 기관 및 장기를 디자인하고, 3D 프린팅으로 생산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3D 스캐너를 이용해 화상의 깊이와 면적을 파악하고, 필요한 피부를 인쇄하는 방안도 등장했다. 이미 보급되어 있는 3차원 CT 등과 결합한다면 개인의 신체 특성까지도 감안한 개인 맞춤형 인공장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3D 프린팅을 이용한 초정밀 가공은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제품 생산 공정에 이용될 수 있다. 샌드위치처럼 이종의 소재를 차례로 인쇄해 적층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소재를 한번에 인쇄하여 새로운 맞춤형 소재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나노복합소재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EADS는 고강도 나일론 파우더에 레이저를 쬐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금속이나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단단한 자전거를 개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