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분기에 들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가 정체되는 소프트패치(softpatch)국면의 모습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특히 경기 회복 국면에서 경기 확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거나 침체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소프트패치’와 경기가 회복 국면 경로에서 이탈해 다시 경기저점을 형성한다는 의미의 ‘더블딥(double dip)’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가 크게 확장되지 못하고있는 가운데 내수와 외수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2013년 1분기 2.1%를 저점으로 2014년 1분기 3.9%에 이를 때까지 상승추세를 지속하였으나, 그 증가폭이 2013년 1~2분기에 0.6%p, 2013년 2~3분기에 0.7%p, 2013년 3~4분기에 0.3%p, 2013년 4~2014년 1분기에 0.2%p로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2013년 3분기 1.1% 이후 4분기와 2014년 1분기에 모두 0.9%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 기여도 급감, 투자 감소세
2014년 1분기의 경제 성장에 대한 수요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수출은 4분기의 기여 정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였으나, 소비의 기여도가 급감하고 투자가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내수 부문의 부침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014년에 들어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추가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지수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2014년 1월 이후 3월까지 100.7p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기 전환점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마저 1월 101.6p를 정점으로 2월 101.5p, 3월 101.2p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과 경제 심리를 나타내 주는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 모두 개선세가 취약해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 109p에서 2월에 108p로 하락한 이후 4월까지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기업경기실사지수는 3월 80p를 정점으로 4월과 5월에 79p에 그쳤다. 기업경기 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4월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2013년 11월 이후 2014년 5월까지 96p에서 추가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산업경기의 주요특징도 이같은 현상을 반영해 경기회복을 견인하는 산업군이 실종된 상황이다.과거의 경기 회복 국면과 달리 현재 경기 회복을 주도하는 산업군이 부재 하다는 것이다.
제 8순환기의 경기 확장국면(2001년 3분기~2002년 4분기)에는 이례적으로 서비스업이 분기별 평균 생산증가율 7.3%로 회복을 주도했다.
제 9순환기의 경기 확장국면(2005년 2분기~2006년 2분기)의 경우 제조업이 분기별 평균 생산증가율 7.3%로 회복을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모두 낮은 생산증가율을 나타내며 어느 산업도 뚜렷한 회복 견인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경제를 선도하는 제조업의 경우 재고는 늘고 출하가 정체되는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면서 제조업의 출하증가율은 2013년 4분기가 전년동기대비 1.9%에서 2014년 1분기
에 0.2%로 크게 하락했고 재고 증가율도 같은기간 5.0%에서 7.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은 재고-출하 사이클상 여전히 경기 부진 국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 경기 회복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수출산업
수출 산업의 경우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적 특성상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서비스업을 상회하는 것이 보통이나 2012년 2분기 이후 2년 동안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서비스업을 하회 · 통상 제조업의 변동성이 서비스업보다 높은 특성을 가지는 데, 2001년 이후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생산 증가율 평균치는 제조업이 5.7%로 서비스업의 3.7%보다 2%p가 높았다.
그러나 2012년 2분기 이후 최근까지 2년 동안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0.4%로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 평균치 1.4%보다 1%p가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의 경우에도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0.7%로 서비스업의 1.8%보다 낮은 상황이다. 다만 2월과 3월의 경우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서비스업을 소폭 상회한 정도라는 것.
올해 들어 제조업 내에서도 수출 출하 증가율이 내수 출하 증가율을 밑도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제조업에 대한 내수시장 수요 정도를 나타내는 제조업 내수 출하 증가율은 2013년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7%에서 2014년 1분기에 1.5%로 소폭 하락한 반면, 제조업에 대한 수출시장 수요 정도를 나타내는 제조업 수출 출하 증가율은 같은 기간 2.2%에서 -1.5%의 감소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 성장력을 주도하던 IT 산업의 경우도 약화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ICT 제조업 경기가 非ICT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4분기부터 2013년 3분기까지는 ICT제조업 생산증가율이 非ICT제조업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4분기와 2014년 1분기에 들어서는 非ICT제조업 생산이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ICT제조업 생산은 감소세를 돌아섰다.
특히, ICT산업의 수출증가율은 2월과 3월의 8%대에서 4월에 4.5%로 전체 수출증가율인 9%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수출 경기마저도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2분기 이후(4분기 제외) ICT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전체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을 크게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 1분기에 들어 ICT서비스업의 생산 증가율은 0.4%로 서비스업 전체 생산 증가율 1.8%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즉 전체 서비스업 경기를 ICT서비스업이 아닌 非ICT서비스업이 견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간수요산업 약화, 공공수요산업 확대
공공수요 산업의 민간수요 산업의 경기 견인력도 약해지고 있다.
서비스업 부문의 수요는 공공 부문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반면, 민간 부문은 수요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것.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2013년 하반기 이후 전년동기대비 4%대를 지속할 정도다.
민간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2013년 3분기까지 2%대에서 4분기 이후 3%대로 소폭 높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공공 서비스업의 생산 확대 수준에는 못 미치는 모습이다.
특히, 2014년 1분기에 들어서 공공서비스업과 민간서비스업의 생산증감률 격차가 확대되면서 건설업과 제조업 부문에 있어서도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빠른 경기 확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발주자별 건설수주는 공공부문이 전년동기대비 39.1% 증가한 반면 민간 부문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민간 부문의 건설 수주는 2013년 4분기를 제외하고 2012년 하반기 이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건설 경기 전반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투자활동과 관련이 있는 국내기계수주(선박제외)도 올해 1분기 공공부문 발주가 185.1% 증가한 반면 민간 부문 발주는 4.8% 증가에 그쳤다.
한편 수입확대가 국내 산업 경기 회복을 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에 들어 수입침투율이 급상승, 원/달러 환율은 2012년 4분기 이후 2014년 1분기까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전년동분기 평균 3%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입(재화 및 서비스)이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수입침투율)은 2014년 1분기 55.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입물량증감률(관세청 기준)은 2013년 2분기와 3분기 음(陰, -)의 값에서 2013년 4분기에 1.5%의 양(陽, +)으로 반전된 이후 2014년 1분기 5.7%로 급증했다.
중국경제성장 둔화, 원화강세
품목별로 보면 다른 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산-수입산 간 대체가 용이한 소비재의 수입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비재의 1~4월 중 수입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6%로 원자재(1.4%)와 자본재(3.0%)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재 중에서도 핵심 소비재인 내구소비재의 수입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소비재 수입 확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내구소비재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19.0% 증가하였으며, 직접소비재와 비내구소비재는 각각 10.9% 및 13.4%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수출이 대외 여건의 악화로 경제 전반의 회복을 선도하지 못하는 가운데, 향후 내수 부문마저 침체될 경우 경기 부진 정도가 소프트패치를 넘어 더블딥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이 수출 경기가 미약한 이유는 세계 경제가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원화 강세로 일정 부분 가격경쟁력이 하락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대중국수출/총수출 비중은 2013년 기준 26.1% (홍콩 포함31.1%)에 달하고 있으나, 2014년 1~4월중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2.7%, 4월중으로는 2.4%에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원/엔(100엔) 환율이 2014년 연평균 1,000원일 경우 다른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총수출은 약 7.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문제는 2분기에 들어서 내수 경기마저 부진할 우려가 있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될 경우, 한국경제가 ‘소프트패치’를 넘어서 ‘더블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확장적 통화 정책 등 해결방안 제시
첫째, 확장적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재정 정책에서는 내수 경기 회복력 강화 및 원화 강세 약화를 도모할 수 있는 조기 집행률 제고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로는 소비 및 투자 확대를 도모하여 내수 회복세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내수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주택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특히 경기 회복의 핵심인 투자 촉진을 위해 관련 규제 개혁을 가속화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셋째, 환율 안정에 주력하여 수출 경기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 시장에서 투기자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제어 시스템을 가동하여 원화 강세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특히 기업이 환율 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주기 위해 외환시장에 대한 변동성 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 연구위원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