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계를 이어주는 산업의 눈 ‘디스플레이’는 전자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품목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교육, 화상 회의 등에서도 가치를 높이고 있다.
다른 산업과 융합해 영역을 확장 중인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국제사회의 주요 어젠다로 자리 잡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F-gas 감축 기술, 온실가스 직접배출 줄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패널을 제조하는 경우 박막트랜지스터(TFT, Thin Film Transistor) 가공, 화소 형성 등의 공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 중에서 전력 사용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온실가스 간접배출은 디스플레이 생산량에 따라 증가할 수 있어 감축하는 게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김현석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1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K-Display 2022)’ 현장 세미나에 참석해 “온실가스 간접배출은 실제로 감축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다”며 “디스플레이 제조 기업들은 대체 가스, 스크러버(Scrubber) 등을 개발해 온실가스 직접배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배출에서 비중이 높은 기체는 불화 온실가스(F-gas, Fluorinated gases)와 아산화질소(N₂O)다. 특히 육불화황(SF6), 과불화탄소(PFCs) 등으로 이뤄진 F-gas는 디스플레이 산업 온실가스 배출 구조에서 N₂O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현석 실장은 “불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게 핵심”이라며 “올해 기준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기업 생산 라인의 F-gas 감축 기술 적용률은 LCD와 OLED에서 약 97%, 8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의 F-gas 감축 기술 적용률이 LCD보다 10% 가량 낮은 것은 OLED에 대한 신규 투자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며, 향후 상승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 기업들은 LCD와 OLED 식각 공정에서 SF6 분해설비, POU 스크러버 등의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90% 이상 분해하고 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LCD에서 OLED로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 일어남에 따라 전력원단위 상승으로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은 늘어나고 있으나 불화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탄소중립 이행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필수
LCD와 달리 OLED 제조에서만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있다. 화학기상증착(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N₂O)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N₂O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K-Display 2022에서 열린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김승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행사장 무대에서 “아산화질소의 지구 온난화 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가 SF6과 비교해 낮으나 OLED 생산량 증가로 배출량이 늘고 있다”면서 “N₂O를 처리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의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했다며, 배출 제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가스 분해, 스크러버 효율 향상, 부산물 처리 등의 기술을 중점 분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디스플레이·반도체 공정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스마트 제어형 POU 스크러버 개발 과제를 주관했다. 해당 과제를 통해 개발하려는 기술 항목에는 디스플레이 증착공정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와 삼불화질소(NF3)를 분해할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제거가 포함됐다.
김 책임은 “질소산화물을 습식으로 흡수해 재생하는 시스템도 개발하는 중”이라며 “금속 착화물 기반의 흡수액을 개발해 스크러버 후단에서 운영 중인 흡수탑에서 NOx를 흡착 및 제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공전가스와 세정가스가 분해될 때 부식성 가스인 불산이 발생해 선택적 환원 촉매(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을 도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에 첨가제별로 성분, 농도, 산도, 온도 등에 따라 어떤 경우에 질소산화물 제거율이 높은지 연구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