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미 조선해양 협력이 산업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정책이 단기적 산업 부흥 프로젝트를 넘어 ‘해양 패권 재편’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되면서, 한국도 이에 대응하는 장기 산업 협력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한미조선해양협력’ 세미나에서 “세계 역사는 바다를 둘러싼 전쟁의 역사다. 지금은 미·중 1·2위 경쟁의 해양 버전이 전개되고 있다”며 “조선·해양 협력은 단순한 산업 교류가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전략 의제”라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 인공섬 전략, 이어도 인근 불법 구조물 설치 등으로 서해까지 영향권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대만 유사시 한국 해군과 주한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군사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바다의 동북공정’을 좌시할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가 80% 수준까지 좁혀지면서 양국 간 군사·기술 경쟁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한국은 단순한 조선 수주국이 아니라, 전략산업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미국의 MASGA 정책 추진 현실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소득 8만 5천 달러의 미국에서 조선 인력을 확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불법 체류자 의존이 높았던 단순 노동 공정이 모두 막히면서 ‘배를 다시 만들겠다’는 발언은 상징적 선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과 미국 군함의 건조 등을 미국 조선소로 제한 ‘톨레프슨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백악관 조선사무국도 사실상 해체된 상황을 들어 “현실적 추진 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조선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전문직 비자 확대’를 꼽았다. 남 교수는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제조 협력도 불가능하다”며 “한미 간 조선 협력은 비자·법제·노동 세 축이 동시에 맞물려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핵추진 잠수함 협력과 관련해서는 “명칭조차 정리되지 않은 것은 정책 혼선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핵비확산법은 핵물질 해외 이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기술이전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사안은 조용하고 단계적으로, 20년 이상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변칙 전략가로, 1천500억 달러의 MASGA 자금을 내세워 한국에 협력을 요구하겠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계산이 우선된 구조”라며 “한국은 단기성과보다 실질적 협력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히타치·도요타 등 주요 기업이 구체적 참여계획을 명시한 점을 들어 한국도 과열된 언론보도 보다 실질적인 협상력 강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